아우디 e-트론 GT에 열광하는 또 하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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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e-트론 GT

아우디 e-트론 GT에 열광하는 또 하나의 이유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 [제품 이야기] 균형 잘 잡힌 트렌드 리더, 아우디 e-트론 GT

아우디 e-트론 GT

패션산업만큼이나 자동차 시장도 유행에 민감하다. 트렌드를 선도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며 브랜드 생존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SUV는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거대 트렌드다. 어떤 자동차 회사도 SUV 만들기를 거부하고선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고집스럽게 SUV를 거부하던 스포츠카 브랜드들도 하나둘씩 SUV를 만들어 팔고 있다.

이런 SUV 분위기에 더해진 트렌드가 바로 ‘쿠페 디자인’이다. C필러가 낮게 트렁크 라인까지 내려가는 쿠페 타입의 인기는 세단과 SUV를 가리지 않는다. ‘언제부터 SUV 같은 실용적 모델이 쿠페 디자인을 하고 있는 거지?’라고 반문하는 이들도 많지만 스타일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자동차 시장에서 이런 흐름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트렌드가 시장 안에서 확장되고 있으니 바로 ‘자동차의 디지털화’다. 단순히 유행의 단계를 넘어 당연한 미래 시장의 도래라고 얘기한다. 반도체를 이용한 첨단 기술이 자동차 곳곳에 스며들었으며, 인터넷을 통한 수많은 정보 제공이 이젠 당연시되고 있다.

아우디 Q3

◆ 대형 디스플레이의 불편함과 위험성

이런 정보 제공과 기능 활용을 위해 제공되는 게 터치형 디스플레이다. 그간 당연히 누려왔던 물리적 버튼이 모두 대형 디스플레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모든 사람이 반기는 것은 아니다. 최근 폭스바겐[AB(1] 그룹은 앞으로 출시하는 신차에 물리 버튼을 다시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실내 디자인이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고 있는 흐름에 반하는 결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다시 살리려는 걸까? 당연한 얘기겠지만 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사용이 불편하고 안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비판이 많았다. 비단 폭스바겐 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몇 년 전 독일법원은 운전 중 터치스크린 조작은 위법이라며 테슬라 운전자에게 면허 1개월 정지와 벌금을 부과했다.

모델 3 오너였던 운전자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와이퍼 속도를 조절하려다 사고를 냈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조작은 운전을 하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판단한 것이 위법 결정의 이유였다. 독일 유력 자동차 매체 중 하나인 아우토차이퉁도 ‘운전자를 짜증 나게 하는 5가지 트렌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불편성과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아우디 RS e-트론 GT 실내

유럽 최대 자동차클럽인 아데아체는 최근 실시한 전기차 비교테스트에서 테슬라 모델 Y에 대해 버튼이 거의 없는 운전석은 깔끔하지만 거의 모든 기능 제어가 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이뤄지며, 이는 사고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며 낮은 점수를 줬다. 이처럼 최근 대형 디스플레이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여론을 보며 2021년 출시한 아우디 e-트론 GT가 떠올랐다.

고급 전기 스포츠카인 e-트론 GT는 포르쉐 타이칸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타이칸과 달리 터치식 디스플레이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냉난방 조절 버튼, 공조 버튼, 열선 버튼은 물론, 드라이브 셀렉트 버튼과 비상등 버튼 등, 주요 기능과 안전을 위한 물리 버튼을 그대로 유지했다.

아우디 RS e-트론 GT 실내

◆ 오너들의 숨은 만족 포인트 ‘버튼’

e-트론 GT가 공개되었을 당시 독일인들은 이 차의 물리 버튼을 보고 기뻐했다. 몇 가지 이유에서였다. 우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대형 디스플레이 구성에 불편함을 느낀 운전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줬다. 아우토반을 빠른 속도로 달리며 디스플레이를 들여다보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독일 운전자들 반응이 더 쉽게 이해가 된다.

또한 아우디 특유의 고급스러운 버튼 조작감을 계속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세련된 스타일의 실내 디자인과 탄탄한 조작감은 아우디만의 감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 디스플레이를 키우고 그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는 이런 기존 운전자들의 만족감을 대체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e-트론 GT 오너들과 이 차에 관심 있는 독일 네티즌들이 모이는 대형 커뮤니티에서도 이와 관련한 의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 네티즌은 “타이칸과 e-트론 GT 중에 고민을 했다. 몇 가지 요소가 결국 아우디를 선택하게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e-트론 GT가 기존 아우디의 실내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난 버튼 터치하는 걸 좋아한다”라고 e-트론 GT 선택 이유를 밝혔다.

아우디 e-트론 GT

해당 모델 오너는 아니지만 또 다른 네티즌은 “요즘 업계의 디스플레이 만능 분위기가 너무 싫고 걱정된다. 그래서 이전에 타던 모델이 대형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세대 교체된 걸 보고 이번에는 다른 모델을 선택하기로 했다”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다른 이는 “왜 이처럼 급하게 터치 디스플레이 속으로 모든 것을 때려 넣는 건지 모르겠어. 특히 운전 재미를 찾는 스포츠카 오너들에겐 더 그래. 그들은 수동변속기를 조작하고, 각종 버튼을 딸깍대며 자신이 이 야생마의 주인임을 느끼고 싶어 한다고. 그걸 제발 막지 말아줘”라고 했다.

디지털화, 그리고 그를 위한 대형 디스플레이의 확산 분위기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됐다. 이를 막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운전자들에게 다른 선택지도 함께 줘야 한다. 자동차를 통해 얻는 즐거움은 다양하다. 그리고 분명 그 안에는 버튼들을 누르고, 다이얼을 돌리는 조작의 즐거움도 포함된다. 이 세심한 배려를 놓쳐선 안 된다. 여기에 안전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원하는 고객들 못지 않게 익숙한 버튼, 레버, 다이얼을 계속 경험하고 싶어하는 고객들 역시 여전히 많다. 그들의 경험, 그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영역으로 건너기 위해선 적응기가 필요하다. 트렌드 변화는 자연스러워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우디의 e-트론 GT은 무척 균형이 잘 잡힌 스포츠카라고 볼 수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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