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100년 전 내놓은 우주선 닮은 차가 새삼 주목받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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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토 유니온 타입 C 스트롬리니

아우디가 100년 전 내놓은 우주선 닮은 차가 새삼 주목받는 까닭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 [기술 이야기] 전기차 시대 더 강조되는 공기저항계수, 그 중심에 있는 아우디

100년 전 양산차에 적용한 공기역학의 정수, 아우디 타입 C 자라이

최근 새삼 강조하는 기술이 있다. 공기역학이다. 신차가 나오면 공기저항계수를 얼마로 줄였다고 자랑하는 그 기술이다. 공기저항계수는, 쉽게 말해 자동차가 달릴 때 공기가 방해하는 힘이다. 단위는 Cd로 표기하고, 수치가 낮을수록 저항을 덜 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자동차의 Cd가 적으면 연비가 좋고, 고속에서 소음이 적다. 자동차의 효율과 안락을 담보한다.

아우디 박물관 모바일 특별 전시 Windschnittig

물론 공기역학은 최근 대두된 기술이 아니다. 1900대 초부터 꾸준히 연구해온 분야다. 항공기부터 자동차까지, 탈것이라면 다 해당하는 분야다. 한마디로 자동차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이렇게 꾸준히 발전해온 기술을 새삼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의 핵심이 된 까닭이다. 전기차는 완충 시 주행거리에 상당히 민감하다. 공기저항계수가 낮을수록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유리하다. 게다가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 없는 전기차는 디자인적으로 공기저항계수를 낮출 여지가 많다. 원래 중요했지만 더 중요해진 셈이다.

아우디는 공기역학에 진심인 브랜드다. 언제나 ‘기술을 통해 진보’를 이뤄낸 브랜드인 만큼 공기역학도 놓칠 리 없다. 이런 아우디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독일 잉골슈타트에 있는 ‘아우디 박물관 모바일’의 특별 전시다. 전시명 자체가 [Windschnittig: 독일어로 유선형]이다. 유선형은 곧 공기역학의 핵심 키워드다. 이번 전시에선 1945년까지 자동차 엔지니어링에 적용한 공기역학을 되짚어본다. 물론 그 중심이 되는 아우디 모델과 함께.

우주선 같은 레이스카인 아우토 유니온 타입 C 스트롬리니

1930년대는 공기역학이 모터스포츠와 만나 결과물을 뽐내던 때다. 공기역학을 고려한 매끈한 스포츠카는 그 자체로 공기역학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선 ‘아우토 유니온 타입 C 스트롬리니(Auto Union Type C StromLinie)’가 그 역할을 맡았다. 아우디의 공기역학 역사에서 첫 번째로 눈여겨볼 모델이다. 외관부터 굉장하다. 1930년대가 아닌 2030년대 콘셉트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자태다. 자동차라기보다는 비행체라 불러도 될 만큼.

풍동 터널에서 촬영한 아우토 유니온 타입 C 스트롬리니

아우토 유니온 타입 C 스트롬리니는 1937년 탄생했다. 아우토 유니온 AG의 레이싱 부서가 만들어낸 역작이다. 이름대로 아우토 유니온 타입 C가 기반이다. 차체 디자인은 포르쉐 디자인 사무실의 공기역학 엔지니어인 요제프 미클이 그려냈다. 공기역학을 얘기할 때 자주 얘기하는 물방울의 곡선을 차체가 머금었다. 이음새 없이 매끈한 차체에 펜더만이 봉긋 솟았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휠하우스도 막았다. 오직 운전석만 노출된 매끈한 덩어리라 한층 비행체로 보인다. 유선형 경주차의 백미로, 당시 공기역학의 수준을 엿보게 한다. 아우토 유니온 타입 C 스트롬리니는 데뷔 후 경주에서 활약했다. 400km/h가 넘는 속도를 기록하며 모터스포츠가 공기역학과 만나 일으킨 파급력을 증명했다.

1930년대 자라이가 찍은 아우디 타입 C 자라이

또 눈여겨볼 전시물이 있다. 아우디 타입 C 자라이(Audi Type C Jaray)다. 아우토 유니온 타입 C 스트롬리니가 모터스포츠와 공기역학의 만남을 상징한다면, 아우디 타입 C 자라이는 당대 양산차에 적용한 공기역학의 수준을 느끼게 한다. 아우디 타입 C를 기반으로 폴 자라이가 제작한 모델이다. 승객 공간을 빼면 차체가 아예 떨어지는 물방울을 가로로 놓은 형태다.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카처럼 보이지만, 무려 1920년대 도로에서 볼 수 있었다. 당시 공기역학이 자동차를 어떻게 바꿔 놨는지 알 수 있게 한다.

혁신적인 공기역학 기술을 반영한 아우디 프런트 UW 자라이

이번 전시는 시리즈로 이어진다. [Windschnittig]는 1945년까지 공기역학의 여명기를 다룬다. 공기역학은 자동차 역사와 함께해왔으니 다음 이야기가 당연히 있다. 1945년 이후의 이야기는 다른 전시로 풀어낸다. 전시명은 [Form Vollendet: 독일어로 ‘완벽한 형태’]. 독일 츠비카우에 있는 아우구스트 호르히 박물관에서 바통을 이어받는다. 공기역학이 태동해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보다 최근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두 전시 모두 2024년 6월까지 진행한다. 두 전시를 연달아 보면 자동차 역사 속 공기역학의 발달사를 훑는 셈이다.

audi 컨셉카

아우디가 공기역학 전시를 여는 이유는 명확하다. 앞서 말했듯, 공기역학은 전기차 시대에 더 주목받을 기술인 까닭이다. 아우디는 공기역학 기술을 시작부터 다시 되짚어보며 공기역학에 관한 아우디의 노력을 전하려 한다. 아우디가 선보인 모델 중에 공기역학 면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경우가 많다. 1982년 3세대 아우디 100가 대표적이다. 3세대 아우디 100의 공기저항계수는 0.30을 기록했다. 지금이야 공기저항계수 0.30이 대수롭지 않은 숫자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이 수치는 양산 세단 중 가장 낮았다. 양산 세단의 평균 수치가 0.40이던 시대에 양산 세단으로서 공기역학의 정수를 보여준 셈이다.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아우디가 쌓아온 공기역학 기술은 당연히 현행 모델에도 반영됐다. 아우디의 첫 번째 전기차인 e-트론의 공기저항계수는 0.27이다. 세단 중에서도 낮은 수치인데, 심지어 e-트론은 SUV다. 첫 번째 전기차에 담아낸 아우디의 공기역학 기술 수준을 알 수 있다. 이후 출시한 e-트론 스포트백의 공기저항 계수는 0.25로 더 낮췄다. 쿠페형 SUV로 멋은 물론 공기저항까지 잡은 셈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e-트론 GT의 공기저항계수는 0.24다. SUV든, 매끈한 GT든 각 카테고리에서 아우디 전기차는 공기저항을 잘 다스린다. 모델이, 숫자가 증명한다.

아우디 A4

아우디에서 가장 공기저항계수가 낮은 차는 A4다. 무려 0.23이다. 전기차도 아닌 내연기관 자동차로선 극도로 낮은 수치다. 그릴이 없는 전기차, 그중에서도 공기저항계수가 낮은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양산차 전체를 놓고 봐도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수치다. A4를 볼 때마다 매끈하고 늘씬하게 느껴진 이유가 있었다.

아우디의 현행 모델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우디가 쌓아온 공기역학 기술은, 그 자체로 전시가 된다. 아우디가 공기역학에 관해 시리즈 전시를 연 까닭이다. 기술은 유산이 되고, 유산은 전시로 다시 주목하게 한다. 아우디의 이번 전시가 의미심장한 이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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