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는 왜 볼륨 모델이 아닌 A7에 첫 번째로 PHEV를 부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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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A7

아우디는 왜 볼륨 모델이 아닌 A7에 첫 번째로 PHEV를 부여했을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 [시승기] A7을 더 완벽하게 할 마지막 조각을 찾았다

아우디 a7

언제 봐도 말쑥하다. A7은 볼 때마다 감상을 부른다. 아우디 디자인의 어떤 수준이랄까. 간결한 선이 면을 어떻게 단단하게 하는지 보여준다. 그 면이 유려한 비율과 만나 차체를 얼마나 우아하게 하는지도 보여준다. 아우디가 잘 그리는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장식 효과가 또 어떤지. 무엇보다 A7은 뒤태가 황홀하다. 이제 강산이 변할 세월 이상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 사이 아우디 디자인도 변했다. 아우디다운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군살을 뺐다. 여전히 우아하면서도 한층 젊어진 A7을 다시 만났다.

아우디 a7

이번에 만난 A7은 안팎 감흥은 여전하면서, 다른 점이 명확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다. 정식 명칭은 A7 55 TFSI e 콰트로 프리미엄. 아우디의 55 모델급의 성능을 내며 전기모터를 상징하는 e가 붙었다. PHEV는 현재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이다. 평일에는 전기차처럼 쓰고 주말에는 내연기관처럼 마음 편히 멀리 갈 수 있다. 전기차가 주목받는 시대지만, 쓰임새를 따져 보면 PHEV만 한 다재다능한 차는 없다. 아우디 라인업에 PHEV가 등장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A7이 PHEV를 품었다. A7이 라인업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를 따져 보면 적절하다. PHEV는 가격이 높다. 그렇기에 A7이라면 품을 만하다.

아우디 a7 계기판

외관은 A7 그대로다. 충전 포트가 생겼고, 뒤쪽 모델명에 e가 붙었을 뿐이다. 변화는 실내, 그 중에서 계기반에서 알 수 있다. 일단 계기반 왼쪽 끝에 배터리 표시 게이지가 생겼다. 오른쪽 끝에 연료 게이지가 있어 대칭으로 디자인했다. 또한 계기반 가운데 그래픽으로 전기모드 주행거리와 내연기관 주행거리를 함께 표시하는 항목이 생겼다. 현재 PHEV 주행모드를 파악할 수 있는 아이콘도 있다. 뭔가 생기긴 했는데, 크게 변한 느낌은 아니다. PHEV로서 응당 있어야 하는 시각적 요소만 더했다. 최소한의 변화로, 명확한 의도다.

아우디 a7

PHEV는 굳이 새로울 필요가 없다. 기존 모델의 가치를 그대로 보존한 채 전기모터라는 효율을 더한 시스템이다. 전기차처럼 뭐든 새로워야 할 이유가 없다. 기존 모델이 주는 감흥을 유지한 채 전기모터의 유용함을 챙기면 그만이다. 그 정도의 변화만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 최첨단 요소들이 반갑게 다가오지 않는 사람도 있잖나. 그런 사람을 위해 변화는 적게, 이점은 충분하게 조합한 셈이다. A7의 위치라면 이런 조율이 더 알맞다.

아우디 a7 운전석

PHEV다운 변화는 출발하면서 드러난다. 시동을 걸면 기본적으로 EV 모드로 출발하기에 정숙하다. EV 모드는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이는 주행모드다. 배터리만 남아 있다면 엔진은 가동하지 않는다. 완충 시 배터리로만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47km. 각자 출퇴근 거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지간한 거리는 전기모터로만 운영할 수 있다. EV 모드로 다닐 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속페달을 밟지 않는 이상 전기모터만 작동한다. 물론 배터리가 다 달면 자동으로 하이브리드로 전환한다.

아우디 a7

출퇴근하는 시승이 아니기에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로 다녔다. 하이브리드 모드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모두 사용한다.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차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배터리를 충전하고 다시 전기모터가 엔진을 보조한다. 연비는 리터당 15.7km. 그러고 보면 A7 PHEV는 A7과 A7 형태의 전기차를 소유하는 게 아니다. A7 형태의 전기차와 A7 형태의 하이브리드카를 소유하는 셈이다. 둘 차이는 꽤 크다. 전기차처럼 사용하는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더 효율적인 A7이랄까. 새삼 특별하게 다가온다.

아우디 a7 운전석

A7 PHEV의 주행 질감은 A7에서 느낀 고급스러운 안락함과 다르지 않다. 하이브리드 모드이기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 느낌이 조금 나는 정도 차이다. 전기모터에서 엔진으로 전환할 때 은은하게 엔진음이 들린다는 점도 차이랄까. 스티어링 휠의 부드러운 질감과 깔끔하면서 아늑한 하체 질감은 여전하다. 아우디가 긴 세월 쌓아온 그 질감이다.

아우디 a7

앞서 PHEV라서 유별나게 다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 부분은 시각적인 점뿐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감각도 마찬가지다. 질 좋은 가죽 시트에 몸을 붙이고 하체가 만들어내는 감각을 음미하는 즐거움이 크다. 세련된 레이아웃과 진중한 우드 인레이의 촉감도 그대로다. 하이브리드라서 오히려 정숙성은 높아졌다. 원래 조용하지만 그 안에서 조금 더 덜어냈다. 움직임 또한 믿음직스러운 콰트로가 책임진다. 날카롭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묵직하면서 진득한 움직임. 세단으로서 더 이상 뭘 더 바랄 수 있을까 싶은 포만감이 있다.

아우디 a7 운전석

그러면서 PHEV다. A7의 질감을 그대로 전하면서 연비 같은 효율을 챙겼다. EV 모드로 출퇴근하면 더 만끽할 효율 말이다.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은 그대로, 높여야 할 것은 확실히. A7 PHEV의 핵심이다. 어떤 수준에 오르면 무언가 더 나아지기 힘들다. A7은 PHEV라는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통해 그 수준을 새로 높인 셈이다.

아우디 a7

A7 PHEV를 시승하니 아우디가 라인업 첫 번째로 A7에 PHEV를 부여한 이유를 알겠다. 명확한 차별화다. 다른 브랜드는 볼륨 모델에 PHEV를 적용했다. 그러니까 아우디로 따지면 A6일 테다. A7과 일반적으로 비교하는 모델 중에서 PHEV는 A7이 유일하다. 하지만 A7의 위치는 일반적으로 비교하는 모델과 다소 다르다. A7은 쿠페형 세단이지만 다른 브랜드와 다르게 틈새 모델 이상의 선호도가 있다. 어떤 면에서 아우디의 기함 역할도 일부 수행한다. 아우디 이미지의 기함이랄까. 이런 성격은 A7을 독보적인 모델로 보이게 한다. 라인업에 속하지만 또 라인업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A7가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A7에 PHEV라는 시스템은 더욱 차별점을 선사한다.

아우디 a7

전기차로 넘어가기에 이런저런 고민이 많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전통 라인업에 속한 모델이 쌓아온 가치를 포기하기 싫기에 더 고민이 많아진다. 그러면서도 전기모터의 효용성이 궁금할 수 있다. 이런 사람에게 PHEV 품은 A7은 맞춤 모델이다. 왜 이제야 나왔나 싶을 정도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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