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RS 3, 이 콤팩트 세단이 우아하게 느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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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S 3

아우디 RS 3, 이 콤팩트 세단이 우아하게 느껴진 이유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 [시승기]절제할수록 더 완벽해진다, 아우디 RS 3의 진가

아우디 RS 3

거대한 가면을 쓴 듯하다. 크고 넓은 싱글프레임 그릴이 전면을 채운다. 헤드라이트도 그릴과 연결해 더욱 일체감을 준다. 그렇다고 과격하게 보이진 않는다. 그릴을 검은색 하이글로시로 처리해 시각적 자극을 덜었다. 오히려 검은 바탕은 새로운 LED 주간주행등을 강조하는 배경이 된다. 헤드라이트 상단은 LED 직선을 한 줄 그었다. 하단은 잘게 조각낸 LED를 보석처럼 세공했다. 절도 있으면서 화려하다. 여전히 헤드라이트가 간결하게 전면 인상을 좌우한다. RS 모델이어도 아우디다운 절제를 잃지 않는다. 아우디다운 절제. 중요한 대목이다.

아우디 RS 3

RS는 아우디 고성능 모델의 꼭짓점이다. 그럼에도 안팎에서 과시하지 않고 여전히 아우디다운 간결함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카본으로 사이드미러와 리어 스포일러를 빚어도 형태는 도드라지지 않는다. 약간의 장식은 기본 모델의 간결한 디자인 속에 스며든다. 몇몇 증표가 고성능 모델이라고 알게 할 뿐이다. RS 3 역시 마찬가지다. 굳이 과하게 더할 필요가 없다. 이유가 있다. 기본 모델부터 이미 디자인 완성도가 높으니까. 자꾸 더할수록 군더더기다. 절제해야 더 완벽해진다는 걸 아우디는 안다. 아우디다운 간결함은 RS 모델에도 관통한다.

아우디 RS 3 내부

실내 역시 과격한 느낌은 적다. A3 세단의 인테리어를 바탕으로 질감과 색을 달리했다. 그럼에도 차별점은 확실하다. 스티어링 휠을 덮은 알칸타라와 상단에 새긴 붉은 띠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RS만의 계기반 그래픽 역시. 엔진 회전수에 집중해 운전하라고, 그래픽으로 차의 역량을 내보인다. 송풍구의 붉은 띠나 시트의 붉은색 스티치도 고성능을 암시한다. 실내 역시 외관처럼 몇몇 증표로 고성능을 음미하게 한다. 이런 절제는 우아하고, 때로 대담하게 느껴지게 한다. 절제할수록 더 분명해지는 아우디의 감각이다.

아우디 RS 3

이런 절제는 승차감에도 드러난다. 한동안 고성능 세단은 ‘세단’보다 ‘고성능’에 방점을 찍었다. 그에 맞춰 하체도 스포츠카 못지않게 단단했다. 스포츠성은 뾰족해졌지만, 세단이라는 기본은 간과했다. 이젠 둘을 양립하게 하는 기술력이 있다. 특히 신형 RS 모델은 전에 비해 확연히 하체의 품이 넓어졌다. 주행모드를 승차감으로 놓으면 세단의 안락함을 전한다. 다이내믹 모드로 놓아도 하드코어 수준으로 하체를 조이지 않는다. RS 3도 신형 RS의 성격을 이어받았다. 안락함과 탄탄함 사이를 오가며 고성능을 받아낸다.

아우디 RS 3

품이 넓은 승차감은 고성능을 한층 풍성하게 즐기게 한다. 매번 엔진 회전수 높이면서 내달릴 수만은 없잖나. 일상 영역에서, 고갯길까지 가는 길에서, 한껏 내달리고 돌아오면서 세단다운 안락함이 빛을 발한다. 그러면서 오른발에 힘을 주면 언제든지 송곳니를 드러낸다. 시종일관 긴장하게 하지 않기. 그만큼 점층적으로 고성능을 즐길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아우디 RS 3

운전 감각 또한 같은 맥락이다. 항상 날선 느낌으로 운전자를 시험하지 않는다. 으르렁거리며 끊임없이 자극하는 고성능의 매력, 분명 있다. 하지만 피곤하다. 즐기게 하는 층이 단편적이랄까. 이런 순수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RS 3가 지향하는 영역은 아니다. 고성능을 잘게 쪼개 각 단계를 능수능란하게 오간다. 이때 스티어링 휠의 RS 버튼은 유용하다. 한 번 눌렀을 때, 한 번 더 눌렀을 때, 다시 눌러 해제했을 때마다 RS 3가 펼쳐 보이는 감각이 다채롭다. 각 단계가 상황별 고성능을 즐기도록 한다. 시종일관 편안하게.

아우디 RS 3

안락함과 편안함을 얘기했지만, RS 배지가 품은 고성능은 어디 가지 않는다. 최고출력 407마력, 최대토크 50.99kg·m라는 숫자는 명확하다. 혹자는 경쟁 모델에 비해 최고출력이 낮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다. RS 3는 차체 중량이 경쟁 모델 대비 가볍다. 적게는 40kg, 많게는 105kg까지 차이 난다. 심지어 사륜구동인데도. 덕분에 가속력은 RS 3가 더 짜릿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3.8초. 경쟁 모델과 앞자리가 다르다. 상징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체구는 아담하지만, 실력은 아담하지 않다.

아우디 RS 3

성능도 성능이지만, 성능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음색에 주목해야 한다. 2.5리터 직렬 5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뽑아내는 음색은 독특하다. 풍부하면서 어딘가 극적이다. 처음에는 우우우, 하며 두터운 소리가 실내를 채운다. 그러다가 클라이맥스로 올라가면 와아앙, 하며 제법 날카로운 소리가 실내를 휘몰아친다. 고성능 특유의 맹렬함은 물론, 두터운 질감도 즐기게 한다는 얘기다. 가속페달을 밟아가며 관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쾌감이랄까. 소리는 고성능의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RS 3는 그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다.

아우디 RS 3 내부

교통량이 적은 옛 고갯길에서 RS 3의 연주를 한껏 즐겼다. 꽤 드라마틱한 소리를 펼치기에 고갯길은 적합한 무대 아닌가. 쉴 새 없이 기어 단수를 바꾸고, 엔진 회전수가 맹렬히 올라갔다. 그럴 때마다 RS 3는 안정적인 자세로 극적인 소리를 실내에 채웠다. 사륜구동 콰트로는 안정적인 자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코너에 진입할 때, 벗어날 때 보다 대담하게 조작하도록 점점 부추겼다. 그럼에도 타이어가 흐느끼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충분히 빨랐고, 그려내는 라인이 매끈했다. 경쾌한 차체 역시 부담을 덜었다. 사뿐사뿐 코너를 돌아나갈 때마다 미소가 지어졌다. 자세가 안정적이기에 소리를 더욱 음미할 수 있었다고 해야 할까.

아우디 RS 3

RS 3로 고갯길까지 가면서, 또 고갯길을 밀어붙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아하다. 콤팩트 고성능 세단을 우아하다고 느끼는 건 드문 일이다. 보통 민첩하거나 짜릿하다 정도로 다가온다. 물론 그런 특징도 깔려 있다. RS 3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그 이상의 영역으로 나아간다. 앞서 말한 절제가 고성능을 부리는 감각에도 담긴 까닭이다. 들끓는 고성능이 아닌 차분하고 간결한 고성능. 그래서 더 음미하고픈 고성능. 세단의 안락함을 간직한 채로 고성능의 풍성함을 만끽하게 한다. 그것도 우아하게. 콤팩트 세단이라는 형태여서 이런 의외의 성격이 더 도드라진다. 역시 절제할수록 더 완벽해진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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