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제조기’ 아우디의 어제와 오늘: WRC vs 다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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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르 랠리에 출전자들의 단체사진

‘역사 제조기’ 아우디의 어제와 오늘: WRC vs 다카르

브랜드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아우디가 다카르 랠리에 출전중인 사진

아우디 통해 본 WRC와 다카르 랠리의 끈끈한 상관관계

모든 일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원인 없는 결과 없고, 역사는 반복된다. 새로운 일처럼 보여도 찾아보면 과거와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있다.

아우디가 다카르 랠리에 출전했다. 르망 24시간에서 엄청난 전적을 쌓아 올렸고, DTM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한 터라 아우디의 모터스포츠 영역 확대는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다. 최근에는 포뮬러 E에도 나갔으니 새로운 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 또한 익숙하다. 그런데 다카르 랠리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오프로드 중에서도 아주 험난한 코스를 달리는 데다 모터스포츠 분야가 비슷하게 연결돼있다고 해도 ‘죽음의 랠리’는 날고 기는 아우디라도 쉽지 않아 보였다.

다카르 랠리중인 사진

그런데 이미 40여 년 전에 아우디는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을 평정하며 화려한 전적을 쌓았다. 오래전 일이지만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아우디 역사다. 두 경기의 성격은 다르지만 양상은 비슷하게 흘러간다. 마치 40여 년 전 역사를 현재 시점에 재현하는 듯하다. 이미 비슷한 경험을 쌓고 성공한 경력이 뒷받침할 수 있다. 두 랠리가 수십 년 시간 간격을 두고 연결될 뿐만 아니라, 그사이에는 또 다른 모터스포츠 분야 성과가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다카르 랠리중인 사진

40여 년 전 WRC는 2022년 다카르와 어떻게 연결될까?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이어본다.

다카르 랠리중인 사진

월드 랠리 챔피언십 vs 다카르 랠리

‘랠리’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가지만 두 경기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WRC는 1973년에 시작됐다. 서킷 트랙에서 질주하지 않고 일반 도로에서 달린다. ‘도로’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차가 다닐 수 있는 모든 노면을 아우른다. 눈길, 사막, 흙길, 비포장 등 다양한 도로 위에서 달린다. 대체로 노면 상태가 엉망인 도로 위를 시속 160~180km 정도 고속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차도 튼튼해야 하고, 드라이버의 실력도 좋아야 한다. 한 시즌은 13~14개 랠리로 구성되고, 한 국가에서 랠리 하나가 열린다. 세계 곳곳에서 거의 1년에 걸쳐 열린다고 보면 된다.

다카르 랠리는 WRC와 그리 차이 나지 않는 1978년 처음 열렸다. 프랑스 파리-세네갈 다카르 구간에서 열리다가 아프리카 지역 내전이나 테러 위협 때문에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서 2008년부터는 남미로 옮겼다. 2020년부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고 있다. 지역은 바뀌었지만 오랫동안 불러온 ‘다카르 랠리’라는 이름은 그대로 사용한다. 새해 첫날 시작해 보름 동안 1만km 정도 구간을 달린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아도 어쨌든 도로를 달리는 WRC와 달리, 다카르 랠리는 대부분 길이 없는 모래나 흙 위를 시속 200km 속도로 달린다. 차를 타고 달리는 경주 중 가장 험난한 축에 속한다.

아우디 클래식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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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S e-트론 GT 실내 사진

랠리 최초 시도: 콰트로 vs 전동화

아우디는 1980년 승용차에 네바퀴굴림을 도입한 ‘콰트로’를 선보였다. 오프로드 차에나 쓰는 네바퀴굴림을 승용차에 쓴 획기적인 시도였다. 아우디는 콰트로를 홍보하기 위해 1981년부터 WRC에 나갔다. 당시 네바퀴굴림은 승용차에는 적용하기 힘든 기술로 인식되었고, 차 무게가 늘어나는 불리한 시도였다. 그러나 콰트로는 접지력이 떨어지는 구간에서 네바퀴굴림의 위력을 보이며 랠리를 휘어잡았다.

아우디 e-트론 GT 조립라인 현장사진

콰트로가 WRC에 네바퀴굴림을 도입한 시초라면, RS Q e-트론은 다카르 랠리에 최초로 투입하는 전동화 모델이다. 다카르 랠리는 전체 구간 거리가 수천 킬로미터이고, 스테이지별 거리도 수백 킬로미터에 이른다. 기록이 중요한 경기여서 중간에 서서 충전하며 달릴 여건도 안 되고, 황량한 사막에 충전기가 있을 리도 없다. 전기차로는 도전하기 힘든 랠리인데 아우디는 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로 도전에 나섰다.

RS Q e-트론 사진

남다른 기술: 콰트로 vs RS Q e-트론

콰트로 이전에도 승용형 네바퀴굴림은 있었지만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네바퀴굴림 자체가 오프로더나 트럭에 주로 쓰는 장치였고, 무게와 공간과 연비에 불리해서 굳이 승용차에 쓸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콰트로를 개발할 때도 작은 승용차 안에 장치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아우디는 변속기와 프런트/센터 디퍼렌셜을 하나로 합치고 항상 네 바퀴에 동력을 전하는 상시 네바퀴굴림을 개발했다. 부피가 작고 가벼워서 작은 스포츠카에도 넣기에 알맞다. 동력 손실도 크지 않고 효율도 좋아서 승용형 네바퀴굴림 대중화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피니쉬 사진

RS Q e-트론은 모터 제너레이터 유닛(MGU) 세 개와 2.0L TFSI 엔진이 조합을 이룬다. MGU는 아우디 e-트론 FE07 포뮬러 E 경주차에 사용하는 것을 RS Q e-트론에 맞게 개조했다. MGU 두 개는 각각 앞뒤 차축에 자리 잡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컨터버의 일부로 고전압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을 한다. TFSI 엔진은 DTM 경주차에 얹는 것인데 배터리 충전에만 사용한다. 효율이 높은 4500~6000rpm 범위에서 작동한다. 배터리 용량은 스테이지 최대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52kWh다. 출력은 최대 680마력이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4.5초 걸린다.

우승 카퍼레이드 사진

우승 기록

콰트로는 본격적으로 WRC에 투입된 1981년부터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시즌 2차전 스웨덴 랠리에서 우승, 10월에 여성 드라이버 최초 WRC 우승 성과를 냈고 첫 시즌 종합 4위를 차지했다. 본격적인 성과는 다음 해부터 거뒀다. 1982년 매뉴팩처러 종합 우승, 드라이버 2위, 1983년 드라이버 종합 우승, 1984년 매뉴팩처러와 드라이버 동시 우승 등 화려한 전적을 쌓았다. 1986년 WRC를 끝마칠 때까지 23차례 우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운전의 천재’라고 불리운 발터 뢰를 사진

다카르 랠리에 처음 출전한 RS Q e-트론은 세 대 모두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보통 절반 정도만 완주하는 결과를 고려하면 첫 출전에 큰 소득을 얻은 셈이다. 아우디팀은 4개 스테이지에서 우승했고, 일별 기록으로 따져 모두 14차례 포디움에 올랐다. 아우디 내부에서도 첫 선을 보인 점을 감안할 때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로 판단한다. 아우디가 앞으로도 계속 참가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만하다.

14차례 우승 기록을 보유한 스테판 페테랑셀 사진

베테랑 드라이버 라인업

경주차가 아무리 좋아도 드라이버가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우승하기는 힘들다. 아우디는 베테랑 드라이버를 투입해 경주차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미셸 무통은 1981년 콰트로를 타고 이탈리아 산레모 랠리에서 우승해 WRC에서 여성 드라이버 최초 우승 기록을 세웠다.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모터스포츠에서 아우디 같은 주요 팀이 여성 드라이버를 선택한 전략부터 흔치 않은 일이었다. 미셸 무통은 1982년에는 줄곧 1위를 달리다가 실수하는 바람에 아깝게 종합 2위에 머물고 만다. 당시에는 여성으로 종합 2위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결과였다. 핀란드 출신 한누 미콜라와 스웨덴 출신 스티그 블롬크비스트도 탁월한 실력을 바탕으로 콰트로 우승을 이끌었다. ‘운전의 천재’라고 불리는 발터 뢰를도 1984년부터 합류해 몬테카를로 랠리를 비롯해 여러 차례 우승했다.

경주를 마친 참가자들의 사진

RS Q e-트론 드라이버 라인업도 쟁쟁하다. 다카르 랠리에서 세 차례 챔피언을 차지한 카를로스 사인츠, 14차례 우승 기록을 보유한 스테판 페테랑셀, 월드 랠리크로스 챔피언과 DTM 2회 우승에 빛나는 마티아스 엑스트롬이다. 사인츠와 페테랑셀은 다카르 외에도 여러 모터스포츠에서 수십 년 경력을 쌓았다. 아우디 브랜드로도 처음 출전이고, 경주차도 다카르에는 처음 투입하는 전동화 모델이어서 드라이버의 노하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었다. 아우디는 베테랑 드라이버를 투입해 최적의 효과를 내는 데 주력했다.

자동차 업체는 여러 가지 이유로 모터스포츠에 참가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 새로운 모터스포츠에 나갈 때 경험을 살리려는 목적도 있다. 물론 당시에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연히 과거의 경험이 새로운 도전의 밑바탕이 된다. 아우디의 다카르 랠리 출전은 40여 년 전 WRC 때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역사는 반복되고, 모든 일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 법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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