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장인’ 아우디, 소리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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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차량이 서 있습니다.

‘소리의 장인’ 아우디, 소리를 논하다

기술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마네킹의 머리 옆모습

자동차 소리를 다루는 아우디의 독특한 노하우와 기술

"아우디는 특정 분야에서 깊은 기술적 조예를 보여준다. 소리 또한 아우디가 우월한 기술을 드러내는 분야다"

소리 없이 살 수 있을까? 인간 주변에는 끊임없이 소리가 발생한다. 듣기 좋은 소리도 있지만 귀에 거슬리는 소음도 들린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듣기 좋은 소리보다는 소음이 더 문제가 되었다. 도로 소음은 주요 민원 중 하나이고, 층간 소음은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때로는 소음에서 벗어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 있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아무 소리가 없으면 오히려 견디기 힘들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꾸민 무향실에서는 귀가 예민해져서 심장 박동을 비롯해 자기 몸에서 나는 소리만 들린다. 무향실에 오래 있으면 감각에 혼란이 생겨서 한 시간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한다.

자동차에 요구하는 특성 중 하나는 정숙성이다. 실내가 조용해야 아늑하고 편안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향실처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가 꼭 좋지는 않다. 어느 정도 소리가 들려야 심리적으로 더 안정을 느낀다. 차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매우 많다. 바람 소리와 타이어 소리, 엔진 소리, 옷이 시트에 스치는 소리, 버튼 누를 때 나는 소리, 유리창이 오르락내리락할 때 나는 소리, 방향지시등 깜박이는 소리 등 종류도 다양하다. 소리가 소음이 되지 않게 하고,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게 해야 차 안에 있는 사람이 편안함을 느낀다. 필요에 따라서는 취향에 맞게 엔진 소리를 키우는 등 소리를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우디 Q5 스포트백 실내. 소리는 자동차 실내의 성격을 좌우한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조율하는 작업은 시대가 흐를수록 더 어렵고 복잡해진다. 요즘 자동차만 봐도 전기모터라는 새로운 소리 발생원이 생겼고, 전기차에는 소리의 큰 근원이던 엔진이 빠져버렸다. 안전이나 취향을 위해 소리 발생원과는 무관하게 인공적으로 소리를 만드는 시도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아우디는 소리에 관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브랜드다. 조화롭고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한다. 자동차 실내 공간은 소리를 다루기 어려운 공간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는 소리를 반사하고 흡수하는 표면이 가득하다. 직물이나 가죽, 파노라마 루프 유무, 탑승 인원수에 따라 소리는 달라진다.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가 탑승객에게 전달되는 시간도 제각각 다르다. 탑승자가 원하는 음질의 수준도 높고 음악을 듣는 빈도도 높다. 모든 조건을 고려해 최적의 소리를 조율해야 한다. 아우디는 집 안 거실에서 듣는 음악 시스템 수준을 실현하기 위해, 하이엔드 시스템을 갖춘 자체 청음실을 운영한다. 오디오 개발자들은 객관성과 품질을 보장받기 위해 사운드 시스템을 음향 위원회에 제시해 평가받는다.

‘Rustle and Rattle’ 팀은 아우디 내에서 소리를 담당하는 전문적인 팀이다. ‘바스락거리는 소리(Rustle)’와 ‘달그락거리는 소리(Rattle)’를 나타내는 이름을 보면, 이 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소음의 원인을 파악하고, 소리와 소재의 궁합 여부나 공기나 방해물이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한다. 모델 개발 초기부터 관여해 소음을 줄여나간다.

자동차 실내에서 소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복잡하다

소음 감소를 위해서 섀시 개발이나 품질 보증 등 여러 분야 전문가가 Rustle and Rattle 팀과 협력한다. 테스트는 도로와 진동 트랙에서 진행한다. 차를 진동시키는 진동 롤러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자갈 위를 주행하는 상황 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차체와 섀시에 진동을 유발하는 하이드로펄스 장비를 이용하기도 한다. 하이드로펄스 장비를 이용해 주파수 대역을 조절하면 거의 모든 진동과 소음을 차 안에 발생하도록 할 수 있다.

전기차는 소음에 대응하는 방법이 내연기관과 다르다. 전기모터는 엔진과 달리 진동이나 기계 소음이 현저히 적게 발생한다. 대신 바람이나 타이어 소음처럼 이전에 작게 들리던 소리가 오히려 크게 들리기도 한다. 전기차는 이런 소음을 줄이는 데 주력한다.

아우디 순수전기차 e-트론을 예로 들면 소음이 발생하거나 전달되는 부분을 특별히 구분하고 분리한다. 구멍이나 빈 공간은 극세사 플리스로 채운다. 휠 아치 부근도 직물과 극세사 플리스를 넣어 소음을 흡수하도록 한다. 바닥은 특수 소재로 코팅해 철판 떨림을 최소화한다. 바닥 면 외장재는 소음을 흡수하도록 설계하고, 발포재를 바른 카펫을 까는 등 이중삼중으로 소음 발생을 막는다. 전면 격벽은 다중 코팅한 연속 방음재를 써서 차 앞부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지 않게 한다.

아우디 최초 순수전기차 e-트론 자세히 보기
아우디 e-트론 같은 전기차는 소음을 처리하는 정도나 방식이 다르다

전기모터는 소음 감소 캡슐로 감싸 소리 발생을 줄인다. 풍절음도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풍절음은 자동차가 시속 85km로 달릴 때 가장 커진다. e-트론은 도어 실, 외부 미러 등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이중 유리를 윈드실드에 쓰는 방법 등을 동원해 풍절음을 최소화했다.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방법에 더해 적극적으로 없애기도 한다. 능동 소음 제거(ANC)는 특정 부분 소음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데, 예를 들면 엔진에서 발생하는 특정 소음 영역을 없앤다. ANC는 마이크에 기반을 두는데, 마이크를 천장 라이닝에 배치해 실내 소음 수준을 파악한다. 제어장치는 서브우퍼를 통해 소리를 방출해 소음을 중화시킨다.

소음을 없애기만 하지는 않는다. 배기 시스템에 조절기를 달아 원하는 사운드를 강조하기도 한다. 스피커로 엔진 소리를 강화해 현실감 있고 역동적인 감성을 키운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는 이런 시스템이 더 큰 효과를 낸다. e-트론 GT 전기 스포츠카는 주행 모드에 따라 오디오 시스템에서 역동적인 소리를 뿜어낸다.

ANC 장착한 아우디 A8 L은 어떤 차?
Q8과 e-트론의 3D 사운드 시스템

소리도 3D 입체로 표현하는 시대다. 아우디는 2016년 Q7 모델에 처음 3D 사운드를 도입했다. A필러와 B필러, 천장 등에 광대역 스피커를 추가로 설치해 3D 사운드를 구현한다. 자동차 실내가 무대가 되어, 녹음 현장의 생생한 음향을 전달한다. 3D 사운드는 A8이나 Q8 등 대형급뿐만 아니라 A1 같은 소형급에도 적용한다. A1을 예로 들면 대시보드에 중역대 스피커 네 개를 수직 방향으로 배치한다. 이 스피커에 나오는 소리는 윈드실드를 반사판 삼아 실내로 퍼져 3D 음향 효과를 낸다.

소리를 재생하는 방법도 첨단 방식으로 바뀌어 간다. 현재 차 안에서 음악 재생은 스마트폰을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한다. 블루투스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스마트폰 음악을 차 안에서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블루투스는 대역폭이 제한적이어서 음질의 손실이 발생한다. 아우디는 5G를 적용해 차 자체를 수신기로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내장 SIM 카드와 다채널 오디오 스트리밍을 위한 고성능 수신 모듈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소리나 소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동차를 탈 때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좋은 소리는 역동적인 감성을 돋우거나 마음에 평안을 주거나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차의 수준을 한껏 끌어올린다. 나쁜 소음은 불쾌감을 유발하고 탑승객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등 차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소리든 소음이든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다. 생활 속에서 공존해야 하는 현상이다. 결국 귀에 들리는 무엇인가를 듣기 좋게 조율해야 한다. 자동차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한 지속적으로 신경 써야 할 과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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