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을 닮은 TT, 바로 그 순간 아우디의 선이 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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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차량  한대가 정면을 보고 서있으며, 이 모델은 아우디의 아주 오래된 모델입니다.

우주선을 닮은 TT, 바로 그 순간 아우디의 선이 태동했다

브랜드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아우디 모델 한대가 서있으며, 이 모델은 아우디 TT입니다.

▶ ‘디자인의 아우디’를 널리 퍼뜨린 아우디의 선

아우디는 간결하다. 차체는 거대한 쇠공처럼 매끈하다. 그 면을 간결한 선으로 구분해 세부 인상을 만든다. 날카로운 조각도로 단호하면서 정교하게. 아우디를 보면 허투루 그은 선을 찾기 힘들다. 딱 필요한 선들로만 차체를 장식한다. 대신 그 선은 날이 예리해 도드라진다. 어떻게 보면 무척 효율적이다. 기계를 담는 그릇으로서 물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디자인의 아우디.’ 밀레니엄 이후 아우디에게 별칭처럼 따라다닌 말이다. 아우디는 간결한 선으로 미래적 감각을 뽐냈다. ‘적을수록 더 낫다(Less but better)’는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명언을 차체에 담았다. 장식이 없어서 오히려 더없이 화려했다. 그 결과물의 기본 요소인 선은 아우디 디자인의 핵심이다. 아우디를 아우디답게 하는 것들 중 첫 손에 꼽힌다.

이제 간결한 선은 꼭 아우디만 쓰진 않는다. 몇몇 브랜드도 간결한 디자인을 뽐내기 시작했다. 덜어내고 다잡으며 인상을 새롭게 정립했다. 간결한 선이 호소력이 짙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간결한 선에 관해서 아우디가 자동차 업계에 미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 점은 지금도 유효하다. 여전히 아우디는 참고 참아 선을 그리니까.

최근 아우디가 화려해지긴 했다. 선에도 변주를 가미했다. 그럼에도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간결한 선. 그리고 선과 선을 채우는 매끈한 면. 선에서 출발한 간결함이 면으로 확장되고 비율로 완성되는 형태는 아우디 디자인의 핵심이다. 밀레니엄과 함께 피어오른 이 기조는 아우디를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로.

아우디의 선이 태동한 건 1998년이다. 아우디의 디자인 아이콘인 TT가 그 시작이다. 우주선처럼 둥글고 매끈한 면은 파격적이었다. 1990년대는 자동차 디자인의 패러다임이 바뀌던 시절이다. 에어로 다이내믹이 유행처럼 번졌다. 직선의 시대에서 곡선의 시대를 맞이했다. 아우디는 곡선의 시대를 맞아 몇 걸음 더 걸어 나아갔다. 그 결과물이 아우디 TT였다.

아우디 TT의 후방 측면 모습입니다.

아우디는 TT를 통해 곡선의 시대에 아우디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했다. 곡선을 표현하면서도 직선의 단정함을 잃지 않았다. 다른 브랜드들은 곡선의 화려함에 취해 선을 이리저리 꼬았다. 하지만 TT는 똑 떨어지는 곡선으로 차체를 그렸다. 해서 면으로도 간결한 선과 같은 감흥을 자아냈다. TT가 우주선처럼 보이는 이유였다. 이후 아우디 다른 모델도 TT의 선과 면을 기반으로 확장했다. 이때부터 아우디에는 간결한 선과 면으로 대표되는 브랜드가 됐다.

아우디 TT가 전체적 기틀을 짰다면 싱글 프레임 그릴 디자인은 주목도를 높였다. 자동차의 전면부 인상은 그릴이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브랜드 상징으로 디자인 중심을 잡는다. 아우디 싱글 프레임은 범퍼를 그릴에 포함시켜 시선을 집중시켰다. 싱글 프레임 또한 단정한 선으로 전면부를 정리했다. 해서 간결함 강조하는 아우디 디자인 징표로서 기능했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부터 그 개념을 상징하는 징표까지. 보다 목소리가 분명해진 셈이다.

싱글 프레임은 2003년 발표한 콘셉트카 세 대에서 출발했다. 파이크스 피크(Pikes Peak) 콘셉트카, 누볼라리 콰트로(Nuvolari quattro) 콘셉트카, 르망 콰트로(Le Mans quattro) 콘셉트카를 연이어 발표하며 싱글 프레임을 선보였다. 이후 이 모델들은 Q7, A5, R8으로 각각 양산됐다. 콘셉트카와 양산차의 디자인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여전히 차체는 매끈하고, 싱글 프레임은 시선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간결한 선이 더욱 부각될 수 있었다. ‘디자인의 아우디’란 말이 사람들 뇌리에 박히기 시작했다.

아우디 르망 콰트로의 콘셉트카 사진입니다.

TT와 싱글 프레임으로 시작된 아우디의 선은 단지 외관 디자인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간결한 선은 차분하고 담담하다. 여백이 많지만, 비워냈기에 더 강한 물성을 담아낼 수 있다. 덕분에 아우디는 감각을 건드리는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간결하기에, 비워냈기에 더 집중시켰다. 이런 기조는 차체의 질감뿐 아니라 헤드램프의 형상, 실내의 감촉으로 확장했다. 담백하기에 강조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선이 복잡하고 장식이 많았다면 오히려 지금 아우디의 장점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우디는 라이트에 공들인다. 이 또한 간결한 선에서 출발한다. 각종 라이트 형상을 차체에 녹이려면 라이트 디자인이 간결할 수밖에 없다. 즉, 그 안에서 변화하고 강조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방향성이 LED 라이트로, 턴 시그널 라이트, 매트릭스 라이트로 이어졌다. 라이트는 디자인 효과와 함께 기술력을 담아낼 수도 있다. 미래적 디자인을 강조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라이트 기술력이 아우디의 선을 강조한 셈이다.

실내 감촉 또한 아우디의 선에서 확장됐다고 할 수도 있다. 간결한 선으로 그린 아우디는 감각을 떠올리게 했다. 미래적인 감흥이라든가 쇠의 질감이라든가. 이런 기조는 차체의 질감뿐 아니라 실내의 감촉으로도 연결된다. 아우디 실내는 외관처럼 단정하다. 해서 시선을 빼앗기보다 촉감에 집중시킨다. 물론 그럴 수 있도록 아우디는 각 소재의 질감을 강조했다. 닿고 누르고 보는 질감에서 아우디는 단정함을 유지한다. 아우디의 선이 그런 것처럼.

배기량을 표시하는 예전 방식

아우디 디자인은 덜 변하기로 유명하다. 간결하기에 변화 폭이 적다. 그럼에도 긴 시간 동안 꾸준하게 사람들을 자극했다. 그만큼 아우디의 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물론 간결함을 바탕으로 다른 감각을 담아낸 영향도 크다. 그것 또한 간결한 선이 깨끗한 도화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아우디가 그려낸 선은 그만큼 선명하다.

아우디의 선은 조금씩 변화하는 중이다. 최근 모델들은 전보다 덜 담담하다. 선에 힘을 주고 때로 강조하기도 한다. 여전히 매끈하지만 예전보다 역동성을 가미한다. 같은 우주선이라도 비행선과 전투선 차이랄까. 근 20여 년이 흘렀다. 아우디 TT도 어느새 3세대가 나왔다. 변주를 꾀할 때가 되긴 했다. 그렇다고 아예 다른 방향성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여전히 아우디 TT와 싱글 프레임에서 발화한 아우디의 선이 아우디 전체에 흐르는 까닭이다. 훌륭한 디자인은 시간을 이겨낸다. 아우디의 선이 증명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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