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젊은 플래그십 A8 L을 몰고 가장 높은 도로를 달렸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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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A8 L

가장 젊은 플래그십 A8 L을 몰고 가장 높은 도로를 달렸을 때

시승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 [시승기] 오랫동안, 멀리 달릴수록 아우디 A8 L은 더욱 선명해진다

아우디 A8 L

언젠가부터 편안한 자동차에 끌린다. 한 해, 한 해 늘어가는 나이 때문일까. 전에는 조금의 유격도 허용하지 않는 꽉 조인 긴장감을 즐겼다. 그럴 수 있는 펀카들을 선호했다. 자동차는 재미를 주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자동차의 전부가 아니었다. 타본 자동차가 많아질수록 취향이 넓어졌다. 경험치가 쌓여갈수록 편안함 속에 담긴 기술을 알게 됐다. 고급 자동차일수록 다채로운 층을 겹겹이 쌓았다. 그 층이 두터울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의 가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수준의 완성도가 시야를 넓혔다.

장거리를 간다고 치자. 이럴 때 가장 최적의 자동차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날 서린 출력이 돋보이는 스포츠카를 꼽을 테다. 커다란 덩치로 도로를 호령하는 대형 SUV는 또 어떤가. 장거리를 빨리 달리기 위해 태어난 그란 투리스모를 첫손을 꼽을 수도 있다. 나라면?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대형 세단을 꼽겠다. 브랜드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자동차는 결국 대형 세단이다. 편안하고 탄탄하며 때론 짜릿하기까지 한 균형감각의 수준. 기함의 가치다.

아우디 A8 L

대형 세단을 제대로 즐기려면 장거리를 달려봐야 한다. 긴 시간, 먼 거리를 함께해야 또렷해지는 것들이 있다. 아우디 A8 L 60 TFSI 콰트로 프리미엄(이하 A8 L)을 타고 강원도 태백으로 향한 이유다. 태백은 강원도 중에서도 가장 심리적으로 먼 곳이다. 고속도로가 쭉 이어지지 않는다. 국도를 타기 시작하면 중고속 코너도 거쳐야 한다.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인 만항재도 있다. 멀고도 높은 곳이란 뜻이다. 대형 세단의 안락함이 필요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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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디자인은 안 변한 듯 변하며 변화를 꾀한다. 부분 변경 A8 L도 마찬가지다. 싱글프레임 그릴이 더 커지고 눈매가 달라졌다. 바람에 풍화하듯 긴 시간 동안 천천히 변하며 지속됨의 가치를 보여주는 A8 L은 안 변한 듯 변하는 기조를 유지한다. 안 변한 듯한데 전 모델과 놓고 보면 또 신선하다. 이런 섬세한 손길이 귀하다.

A8 L의 디자인은 경쟁 모델 중에 가장 젊다. 선과 면이 간결해 날렵한 인상도 풍긴다. 대형 세단이 젊다면 득일까, 실일까? 물론 대형 세단 고객층의 보편적 취향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차별점이 생긴다. 명확한 취향을 자극한다. 전형적인 대형 세단의 이미지보다 대형 세단의 효용성이 필요한 젊은 고객이라면, 자꾸 눈에 밟힐 인상이다. 간결하고 담백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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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A8 L

출발하자마자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를 살펴본다.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다. 다들 있긴 하다. 하지만 잘 쓰진 않는다.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는 자주 손에 간다. 각 차이가 극명하거니와 그 변화 폭이 적절하다. 물론 개인 취향이 담겼다. 주행모드는 ‘오토’를 기준으로 ‘컴포트’와 ‘다이내믹’으로 상황에 따라 바꿔 음미하는 재미가 있다. 시내에선 컴포트과 자동 위주로, 고속도로나 굽잇길에선 다이내믹이 적절하다. 각각 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A8 L에는 ‘컴포트 플러스’가 있다. 액티브 서스펜션의 솜씨를 엿보게 한다. 전면 카메라로 노면 상황을 미리 식별해 에어 서스펜션의 감쇄력을 조절한다. 컴포트인 만큼 하체가 상당히 부드러워진다. 자연스레 너울거림도 좀 있지만, 오히려 요트처럼 여흥을 즐기게 한다. 대신 노면의 자잘한 충격은 두둥실, 두툼한 층에 사라진다. 대형 세단의 풍요로움이 이런 감각이라고 알려준다. 그럼에도 어느 선 이상 풀어지지 않는다. 경쟁 대형 세단 중에서 A8 L이 가장 젊은 디자인이라 했다. 하체 감각 또한 가장 젊다. 그 점이 또 차이점이자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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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를 빠져 나가 고속도로로 진입해도 한동안 컴포트 플러스로 달렸다. 그만큼 부드러우면서도 마냥 풀어지지 않은 절제된 감각이 돋보였다. 장거리를 달려야 하니 안락함이 우선이다. 중간에 오토로도 놓아봤다. 확실히 한층 하체가 사뭇 탄탄해졌다. 오토는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 휠 저항감부터 하체 감각까지 달라진다. 전천후다. 오토가 주행모드의 기본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컴포트 플러스에 자꾸 손이 간다. 대형 세단만의 호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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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갈수록 점점 차량이 줄어들었다. 주행모드를 다이내믹으로 놓고 즐길 때다. 60 TFSI는 엔진이 다르다. 4.0리터 V8 터보 가솔린 엔진을 품었다. 55 TFSI까지는 3.0리터 V6 터보 가솔린 엔진이 심장이다. 기함 중에서도 60 TFSI가 한층 풍요로움을 과시한다. 안락함을 강조한 대형 세단이기에 평상시에 으르렁거리는 V8의 포효는 희미하다. 그만큼 방음에 신경 썼다는 증거다. 하지만 봉인을 해제하고 다이내믹 모드로 달리면 또 달라진다. 심금을 울리는 다기통의 오케스트라가 실내를 채우면 2톤이 넘는 차량이 도로를 접듯이 튀어나간다. 그렇다고 뾰족한 긴장이 몸을 관통하지도 않는다. 시종일관 편안하고 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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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로 올라가는 길은 굽잇길이다. 속도를 내기 힘든 가파른 코너다. 힘보다 민첩함이 중요한 순간. 5미터 하고도 320mm나 되는 차체는 민첩성과 거리가 멀다. 예전에는 그랬다. 이제는 ‘다이내믹 올 휠 스티어링’이라는 기술이 있다. 저속에선 전륜과 반대로, 고속에선 전륜 방향으로 휠 각도가 달라져 민첩성을 획득한다. 저속에선 회전반경이 크게 줄고, 고속에선 한층 날렵하게 움직인다. 심리적 압박이 줄어든 만큼 더욱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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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정을 마치고 돌아올 때 피로가 몰려온다. 이 정도 달렸으면 피곤할 만하다. 게다가 어느새 어둠까지 도로를 채웠다. 피곤이 중첩될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A8 L과 함께하는 시공간은 사뭇 달랐다. 확실히 덜 피곤하다. 장거리를 운전하며 몸에 쌓이는 피로 요소가 다분히 적은 까닭이다. 소음과 진동이 현저히 적고, 시트가 넓고 편안하다. 출력이 풍성하니 오른발과 무릎이 뻐근하지도 않다. 두툼한 층으로 도로의 수많은 충격도 막아낸다. 시트의 마사지 기능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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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새로 적용된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도 빼놓을 수 없다. 어두운 도로를 등대처럼 밝혔다. 차선 가운데 빛의 카펫을 깔아 나아갈 길을 표시한다. 야간 운전 때 시야가 넓고 분명할수록 덜 피곤하잖나. A8 L의 각 요소는 안락함을 증폭했다. 장거리라서 더욱 진하게. 역시 선택이 옳았다. 대형 세단의 가치는 장거리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아우디 A8 L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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