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봐도 놀라운 아우디 전기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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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전기차

알고 봐도 놀라운 아우디 전기차의 비밀

기술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아우디 전기차

엔진만 전기모터로 갈아 끼운다고 전기차 되는 건 아니다

아우디 전기차를 다시 보자. 평범해 보이는 부분에도 놀라운 기술이 숨어 있다

“엔진만 전기모터로 바뀐 거 아닌가요?”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차이를 물으면, ‘전기차는 전기모터로 달리는 차’라는 사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또 다른 점이라고 해봐야 전기모터로 달리니 주유 대신 충전해야 한다는 점 정도만 생각난다. 전기차 오너나 차에 관심 많은 사람은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와 어떻게 다른지 잘 알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이를 잘 모른다. 아마도 전기차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보급되어서 대중화되어야 전기차에 관한 지식도 널리 퍼질 것이다.

아우디 전기차 e-트론

동력 변화 외에도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알게 모르게 다른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프렁크(frunk)다. 앞(front)에 있는 트렁크(trunk)를 가리키는 프렁크는 전기차의 특징으로 꼽힌다. 엔진이 없어서 그 자리를 트렁크로 사용한다(전기차인데 프렁크가 없는 차도 있기는 하다). 엔진이 뒤에 달린 내연기관 스포츠카에서 가끔 볼 수 있던 공간인데, 이제는 전기차의 한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막힌 그릴도 전기차의 특징이다. 엔진이 없어서 열을 식히는 라디에이터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앞을 막아 버린다. 난방 시스템도 다르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의 폐열을 이용해서 히터를 작동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의 전기에너지를 이용한다. 요즘에는 히터가 주행거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별도로 히트펌프를 난방에 사용한다. 전기차에는 단수가 많은 변속기 대신 감속기가 달려 있다. 전기모터가 작동하는 동시에 최대토크가 나오고 고회전대까지 토크가 유지되어서 전기차에는 클러치와 변속기가 필요하지 않다. 전기차에는 배터리가 들어가서 차가 무거워진다. 대신 바닥에 깔린 배터리 덕분에 무게 중심이 낮아져서 안정성은 높아진다.

아우디 전기차 Q4 e-트론 스포트백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다른 점은 이 밖에도 더 많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간소해서 만들기 쉽다고 말하지만, 의외로 차이가 큰 만큼 제조사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다.

아우디는 전기차를 e-트론이라는 전용 모델명을 사용해 구분한다. SUV e-트론에서 시작해 스포츠카 e-트론 GT, SUV Q4 e-트론 등 계속해서 새 모델이 나오고 있다. 내연기관 모델과 다른 차종인 만큼 아우디는 다른 방식으로 공을 들인다. 그동안 쌓아 올린 브랜드의 기술과 노하우를 전기차에 맞게 응용해 새로운 차원의 고유한 특성을 완성한다.

아우디 RS e-트론 GT

전기차의 특징은 정숙성이다. 전기모터 작동 시 소리가 나지만 엔진과 비교하면 아주 작다. 자동차에는 엔진 소리 말고도 여러 가지 소리가 발생한다. 타이어 소음, 바람 가르는 소리, 도어 여닫을 때 나는 소리, 버튼 누를 때 나는 소리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엔진 소리가 없어지면 이런 소리가 오히려 더 크게 들릴 수도 있다. 인위적인 소리도 필요하다. 보행자에게 차의 존재를 알리거나 역동적인 감성을 키우기 위해 새로운 소리를 집어넣기도 한다. 아우디 RS e-트론 GT는 앞뒤에 달린 스피커가 외부에서 나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실내에는 라우드 스피커 두 개가 소리를 재생한다. 컨트롤 유닛이 속도나 가속 페달 위치 등을 고려해 계속해서 소리를 혼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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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S e-트론 GT 사운드 시스템 구성

소리도 개발 과정이 필요하다. RS e-트론 GT 소리를 개발할 때는 기반이 되는 소리를 찾기 위해 음악적 요소를 고려했다. 바이올린, 전자 기타, 디저리두(대나무로 만든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원주민들의 관악기) 등 다양한 악기 소리를 참고했다. 흥미롭게도 선택한 것은 플라스틱 파이프다. 길이 3m, 지름 8cm 파이프 한쪽 끝에 선풍기를 틀었을 때 다른 쪽으로 흘러나오는 독특하고 깊이 있는 울림을 발견했다.

여러 가지 소리 샘플 수집

아우디 사운드 연구소에서는 소리를 RS e-트론에 적용하는 엔지니어링 과정이 이뤄졌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리를 만드는 도구로 사용한다. 주파수 구조를 정교하게 균형 잡힌 32개 소리 샘플로 만들어낸다. 신디사이저 소리, 전동 드릴 소리, 모형 헬리콥터 소리도 포함한다. 알고리즘이 개별 사운드를 혼합하고 우선순위를 다르게 지정해 계속해서 사운드를 재창조해낸다. 이때 전기모터 회전속도, 부하, 자동차 속도, 주행 관련 변수 등을 고려한다.

천천히 달릴 때는 소리가 신중하게 울려 퍼지고 빠르게 달릴 때는 풍성하고 역동적인 소리가 흘러나온다. 합성음이지만 구동계에서 일어나는 작업을 실제적이고 세밀한 소리로 표현한다. 내연기관 엔진 소리를 그대로 따라 하거나,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살리려고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우주선 소리를 흉내내지는 않았다. 명확하고 독특한 음색으로 아우디 특유의 역동적이고 세련된 소리를 개발해냈다.

아우디 e-트론 GT 콰트로

전기차는 공기역학에 더 공을 들인다. 충전의 번거로움을 줄이려면 주행거리가 길어야 한다. 큰 배터리를 넣으면 해결되지만, 무게와 비용 상승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결국 주행거리를 손해 보지 않으려면 공기저항을 줄여야 한다. 차체 곳곳에 공기역학을 적용할 수 있는데, 휠은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휠의 역할은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배터리 때문에 무거워진 차체를 견뎌야 해서 휠은 커지는 추세이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위해 휠을 키우기도 한다. 휠이 커지면 공기저항에 불리하다. 모델 특유의 개성도 살려야 한다. 이처럼 전기차의 휠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

아우디 e-트론 GT 콰트로 휠

아우디는 e-트론 GT 콰트로 모델 휠 표면에 플라스틱을 이용한다. 휠 표면은 가능한 한 평평하게 만든다. 휠 주변의 난기류를 줄이고, 전면부에서 타고 흐르는 공기가 차체 주변을 매끄럽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평평하게 만들려면 휠에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져서 무게가 늘어나게 된다. 아우디는 무게 증가를 막기 위해 표면에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다.

표면을 평평하게 덮으려면 커버를 씌워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아우디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고급차에 걸맞게 기능과 타협하지 않는 미학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표면이 완전히 막힌 평평한 휠은 미적인 면에서 널리 선호하는 형태가 아니어서, 아우디는 전기차의 혁신과 미적인 감성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했다. 공학적인 면에서도 완전히 막힌 휠은 권장하지 않는다. 브레이크에 공기를 통하게 하는 역할도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미적 감성과 기능이 조화를 이루면서 막힌 표면 효과를 내는 휠을 만들었다. 휠에 구멍은 남아 있지만 소용돌이를 일으키지 않아 공기역학에 최적화된 성능을 발휘한다.

아우디 e-트론 GT 콰트로 휠

e-트론 GT의 휠은 공학적, 미적 효과를 동시에 내면서 아우디의 개성도 살린다. e-트론 GT가 추구하는 전기차의 혁신적이고 현대적인 스타일과, 스포츠카다운 역동적인 감성에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그저 동그란 금속 덩어리로만 보이는 휠도 전기차에 적용할 때는 이처럼 수많은 요소를 고려해서 새롭게 개발한다.

엔진만 전기모터로 갈아 끼우면 되므로 기존 자동차 제조사는 전기차를 만들기 쉬울 거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오랜 세월 자동차 제작 노하우를 쌓아 왔으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수 있지만 그렇게 쉬운 작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바뀐 특성에 맞게 새롭게 적용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우디는 단순해 보이는 부분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역량을 쏟아붓는다. 아우디 전기차에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부분에도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숨어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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