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다카르 랠리에 컴백한 건 낭만이 충만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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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e-트론 FE07 포뮬러 E가 주행하고 있습니다.

아우디가 다카르 랠리에 컴백한 건 낭만이 충만해서가 아니다

기술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RS Q e-트론이 사막에서 주행하고 있습니다.

RS Q e-트론 = 포뮬러 E + DTM + ‘알파’
RS Q e-트론, 아우디 레이스 헤리티지가 만든 새로운 도전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한다면 아우디가 다카르 랠리에 되돌아온 것은 상당히 낭만적인 결정이었다. 최소한 그렇게 보이기에 충분했다. 일단 모터스포츠 시장이 위축되는 시점에 새로운 레이스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그랬다. 아울러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는 시대적 전환기인 지금 자동차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가진 대부분의 역량을 미래차 시대를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또 대부분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레이스에서 얻어지는 노하우의 경우 미래차 개발에는 도움이 다소 제한적인 게 사실이다. 심지어 포뮬러 E와 같은 전동 파워트레인 레이스도 실제 제품화 기술과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초기의 관심과 인기가 시들어가는 시점이기도 하다.

실제 아우디도 최근 두 가지 레이스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하나는 투어링카 레이스의 최고봉인 독일 투어링카 챔피언십, 즉 DTM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포뮬러 E 레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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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e-트론 FE07 포뮬러 E 레이스 사진

아우디가 다카르 랠리로 복귀한 대목이 낭만적으로 보이는 또다른 이유는 일부러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에 아우디는 다카르 랠리에 처음 출사표를 던질 때도 어려운 길을 선택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상적이지만 실제로 구현하기는 어려운 길’이다. 당시엔 아우디 콰트로 풀 타임 4륜 구동 시스템의 프로토타입을 갖고 출전했었다. 즉, 이론적으로 우수하다고 판단하여 개발한 콰트로 시스템을 극한의 상황에서 내구성과 성능을 검증하는 다소 무모할 수 있지만 확실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다카르 랠리에 다시 돌아온 아우디 RS Q e-트론 역시 낭만적으로 보일 만큼 대담하고 과감하다. 대부분이 험로인 수천 km를 달리는 다카르 랠리와 전동 파워트레인은 어쩌면 가장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내구성과 성능, 그리고 이제는 새롭게 대두된 친환경과 효율성을 한꺼번에 테스트하기에는 가장 어울리는 극단적 실험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뜬금없고 무모해 보이는 아우디의 다카르 랠리 복귀이지만 좀 더 깊게 파고들어가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아우디가 이미 갖고 있던 다양한 기술적 요소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조합하고 최적화하여 테스트하는 과정이 이번 아우디 RS Q e-트론 프로젝트의 본 모습이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슬로건에도 적혀 있듯이 혁명보다는 진보를 좋아한다. 혁명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탄생시킬 수도 있지만 확률이 낮으며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값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우디는 오늘을 바탕으로 내일을 향하여 발전하는 훨씬 견고하고 현실적인 솔루션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다만 추구하는 정교함과 목표로 하는 완성도의 수준이 대단히 높을 뿐이다.

아우디 RS Q e-트론의 내부 구조 사진

항속거리가 가장 중요한 구매 결정 요소인 전기차, 그리고 무거운 배터리가 장거리 오프로드 주행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도 아우디는 다카르 랠리에 전기차를 투입하는 도전을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아우디는 일을 허투루 진행하지 않는다. RS Q e-트론은 아우디 전동 파워트레인의 내구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며 동시에 항속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전동 파워트레인을 고안하여 그 효율성을 검증받기로 한 치밀한 목적을 갖고 다카르 랠리에 출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항속거리와 무게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단 한 가지이다. 그것은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배터리를 충전하며 달리는 전기차, 즉 레인지 익스텐더 방식의 전기차, 즉 EREV이다.

아우디 RS Q e-트론의 핵심 부품 가운데 세 가지는 이미 레이스를 통하여 검증된 것들이다. 첫 번째는 MGU, 즉 구동 및 회생 제동용 모터 제너레이터 유닛이다. 앞뒤축에 장착된 두 개의 모터는 아우디 포뮬러 E에서 가져온 Audi MGU05다. 포뮬러 E에서는 한 개로도 250kW의 출력을 발휘하던 이 MGU는 RS Q e-트론에서는 다카르 랠리 규정에 따라 2개 모터의 합산 최고 출력으로 288kW를 발휘한다. 즉, 가혹한 장거리 오프로드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포뮬러 E에서 단련된 아우디의 MGU에게는 여유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RS Q e-트론의 에너지 흐름도 사진

두 번째 부품은 발전용 MGU를 구동하는 2.0 TFSI 엔진이다. 이 엔진은 아우디 RS5 DTM 레이스 머신의 심장이었다. 연료 보급이 금지되어 있는 DTM 레이스에서 우수한 성적을 발휘하려면 엔진은 우수한 성능과 더불어 높은 효율도 달성해야 하는 까다로운 스펙을 달성해야만 한다. 따라서 높은 출력으로 발전기를 가동시키면서 동시에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연료 효율을 가져야 하는 RS Q e-트론의 발전용 엔진으로 DTM용 엔진은 안성맞춤이다. DTM에서는 최고 출력 600마력 전후를 발휘하던 이 엔진과 MGU 하나로 구성되어 휘발유의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여 배터리를 충전하는 RS Q e-트론의 에너지 컨버터는 다카르 랠리의 규정에 따라 최고 220kW의 발전량을 제공한다. 즉, 발전기 효율을 감안하더라도 2.0TFSI 엔진에게는 여유가 충분하다.

세 번째는 배터리 팩이다. 52kWh의 용량을 가진 이 배터리는 외부 형태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역시 아우디 포뮬러 E 머신에서 가져온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RS Q e-트론의 출력 288kW와 발전량 220kW 사이에는 규정에 의한 차이가 존재한다. 즉, 최고 출력으로 주행할 경우 배터리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천천히 방전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하루의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하여 일정 수준의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배터리 용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배터리는 단순한 저금통장이 아니다. 모든 배터리에는 물리적인 충-방전량의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최고 출력을 사용하는 환경에서도 최대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으려면 충방전 효율이 우수한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 포뮬러 E 레이스는 타이트한 스트리트 서킷과 ‘어택 모드', ‘팬 부스트 모드’ 등의 순간적 최대 출력을 제공하는 등 배터리의 급격한 충방전 효율을 강요하는 환경이다. 따라서 오프로드의 가혹한 환경에도 견딜 수 있는 기본적 소양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므로 이 배터리를 RS Q e-트론에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막, 3개의 MGU, 그리고 에너지 컨버터의 2.0TFSI 엔진 등 사진

그래서 아우디는 다시 한 번 영리한 선택을 한다. 아우디 내부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총동원하는 한편 최고의 다카르 랠리 전문 드라이버와 미캐닉 등 경험을 외부에서 찾은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우디가 원하는 소기의 목적, 즉 가혹한 환경에서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높은 신뢰도와 효율성을 가진 전기차의 극한 시험이라는 관문을 보다 의미 있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다카르 랠리에는 아우디 이외에도 전동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머신들이 여럿 참전했다. 최소한의 규정으로 제한을 설정하기는 했지만 모습과 적용된 테크놀로지는 다양했다. 아우디가 내연기관-MGU 타입의 에너지 컨버터를 사용했다면 연료 전지를 탑재한 경쟁자도 있었다. 마치 포뮬러 E 초창기에 다양한 형식의 파워트레인 구성이 존재했듯 새로운 종족의 여명기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다카르는 도전이다. 그리고 아우디 RS Q e-트론을 비롯한 다카르 전동 레이서들의 도전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여명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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