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5 스포트백, 어디에 떨어뜨려 놔도 잘 어울리는 만능 재주꾼

쿠페형 자동차는 한때 틈새 모델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실험적으로 몇몇 모델이 나온 적이 있고, 21세기 들어서 현대적인 모델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쿠페의 본질을 살린 쿠페형 모델이 주로 나왔다. 쿠페는 문짝 두 개 달리고 뒤쪽 지붕선이 매끈하게 내려가는 차다. 세단과 쿠페가 비슷한 부류여서, 세단을 변형한 쿠페형 모델 위주로 선보였다.

아우디도 쿠페형 자동차의 선도주자 중 하나다. 2009년 공개한 A5 스포트백은 A5의 쿠페의 쿠페형 세단 변형 모델이다. 세단을 쿠페형으로 다듬는 일반 추세와 다르게 쿠페를 쿠페형 세단으로 만들었다. 쿠페의 본질에 더 가까운 모델인 셈이다. 바로 다음 해 한 체급 위인 A7 스포트백이 공개되었다. 여타 쿠페형 세단보다 더 과감하게 중형급 차체를 패스트백 형태로 다듬고 해치도어를 다는 등 독창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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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의 쿠페형 모델 세계는 해를 더할수록 넓어져서, 이제는 해치백과 SUV 심지어 전기차 분야까지 아우른다. 아예 쿠페형 모델을 가리키는 ‘스포트백’이라는 모델이 라인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A3, A5, A7, Q3, Q4, Q5, e-트론이 스포트백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A1 역시 스포트백 모델이 존재한다.

아우디 스포트백 모델의 최신판이라는 의미를 떠나서 쿠페형 SUV는 장점이 많다. 부드럽게 다듬어도 박스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든 일반 SUV와 달리 모양새가 날렵하다. 트렁크 크기도 일반 SUV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시장은 커졌지만 전에 없던 차종이라 여전히 개성이 강해 보인다. 쿠페형 SUV는 가족용으로 타도 되지만 혼자 타는 사람에게도 알맞다. 주로 혼자 타는데 가족용 분위기를 풍기는 일반 SUV는 별로 내키지 않고 SUV의 장점은 누리고 싶은 사람에게 제격이다. Q5 스포트백도 이런 쿠페형 SUV의 장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2021년에는 여러모로 독특하고 강한 아우디 모델이 여럿 나왔다. Q5 스포트백은 개성 있지만 태생부터 다른 차들과 다르기 위해 태어난 모델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그런데도 나는 주저없이 Q5 스포트백을 올해의 아우디 원픽으로 꼽았다. 스포트백의 발달사가 고스란히 녹아있고, 럭셔리 쿠페형 SUV 대중화를 생생하게 증명하는 모델이어서 그렇다. 누가 봐도 대단한 차도 훌륭하지만, 파고들어 갈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차는 더 멋지다. Q5 스포트백이 그런 차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