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늘리자 RS 6 아반트만의 섹시한 비율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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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 6 아반트

뒤를 늘리자 RS 6 아반트만의 섹시한 비율이 완성됐다

제품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아우디 RS 6 아반트

아우디 RS 6 아반트, 왜건에 대한 선입견을 통쾌하게 뒤집다[시승기]

확실히 시선을 잡아끌었다. 첫 대면은 2019년이었다. LA 오토쇼 전시장에서 아우디 RS 6 실물을 처음 봤다.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남색을 두른 날카로운 전면 인상이 범상치 않았다. 역시 RS는 RS지. 테두리 없는 싱글프레임은 예리했고, 고성능을 드러내는 커다랗고 각진 하단 공기흡입구는 위풍당당했다. 마치 영화 <스타워즈> 다스베이더의 가면 같았다.

이질적이면서 매혹적이랄까. 발걸음은 전면 인상이 멈추게 했지만, 감상은 차체 비율이 조성했다. 그냥 RS 6가 아닌 RS 6 아반트니까. 왜건이 이렇게 섹시한 차였나? 뒤 공간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역동적인 비율이 태동했다. 보닛에서 뻗어 나온 선이 창문 하단과 정확하게 이어진 채, 뒤로 쭉 이어졌다.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이 느껴지는 휘어지는 직선이었다.

마치 차체가 휘어진 듯한 착각마저 일으켰다. 날짐승이 튀어나가기 전 몸을 낮추고 웅크린, 그런 긴장감이 차체를 관통했다. 뒤가 길고 뭉툭한 왜건의 특징을 이렇게 역동적으로 풀어내다니. 역동적 비율은 RS 배지를 더욱 특별하게 했다. 몸의 언어로 RS 배지를 강조했달까. 굉장한 첫인상이었다.

아우디 RS 6

두 번째 대면은 2년 후였다. 2021 아우디 익스피리언스데이 현장에서. 첫인상이 강렬하면 나중에 볼 때 감흥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2년이면 감상의 온도가 식어버릴 시간으로 충분했다. RS 6 아반트는 보통 경우가 아니었다. 첫인상에서 느낀 역동적 비율은 여전히 생동감이 넘쳤다. 아니, 2년이란 시간이 오히려 감흥을 숙성시켰다. 늘씬한 비율과 더불어 풍만하게 튀어나온 휠하우스에도 눈길이 갔다. 길고 매끈하며, 넓고 풍성했다. 중형 세단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그 이상의 위압감을 풍겼다.

기대하고 본 RS 6 아반트는 다시 과거 감흥을 생생하게 소환했다. 다만 바라보기만 한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당시 스티어링 휠을 잡을 기회가 없었다. 옆자리에서만 가속력을 체험했다. 2년 전보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럴수록 직접 운전할 때의 기대감이 차올랐다. 갈증은 더욱 커졌다. 탐스러운 자동차를 보기만 해야 하다니. 아무리 RS 배지를 단 고성능이라도 이 정도로 겪어보고 싶은 아우디 모델은 RS 6 아반트가 으뜸이다. 그만큼 차체 형태와 비율의 힘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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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S 6

두 번 스치듯 만난 후 드디어 세 번째로 만났다. 자동차 시승이야 익숙하지만, 괜히 가는 길이 설렜다. 그냥 보기만 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번에는 혼자서 독식하는 시승이다. 유화 물감처럼 탁한 나르도 그레이(Nardo Grey) 색을 입은 RS 6 아반트가 대기했다. 세 번째 봐도 매끈한 비율은 여전히 탐스럽다. 옆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보통 자동차는 앞뒤 45도가 공식 감상 각도다. 반면 RS 6 아반트는, 아무래도 옆모습에 홀린다. 차체를 감싼 팽팽한 긴장감이 다른 모델과 차별화한다. RS 6 아반트를 비교 대상이 아닌, 독보적 위치에 옮겨 놓는달까. 아무렴, ‘슈퍼 왜건’은 존재 자체가 특별하잖나. 고성능도 특별한데, 왜건을 바라보는 선입견을 통쾌하게 뒤집었다. 자기 색이 뚜렷한 모델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보고 또 보게 된다.

2년 동안 기다린 순간이다. 시동을 걸자 4.0리터 V8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이 으르렁거린다. 오랫동안 디자인을 곱씹었으니 이젠 몸으로 느낄 때다. 시트에 앉아 스티어링 휠을 잡는 순간, RS 모델만의 질감이 전해진다. 알칸타라로 덮인 스티어링 휠과 스티치로 멋을 낸 발코나 가죽 시트 덕분이다. RS 배지 모델의 공통점이다. 실내 구성이 기본 모델과 같아도 질감 차이로 변화를 꾀한다. RS 모델을 타고 있다는 포만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요즘 고성능은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뿐만 아니라 최상위 트림 역할도 한다. 그에 걸맞은 실내 질감이다.

RS가 이렇게 너그러운 차였나? 하체 질감이 단호하지 않다. 일상 주행에서 신경질적인 면이 싹 사라졌다. 기억 속의 RS는 시종일관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긴장감이 몸을 관통했다. 지금 당신은 고성능차를 탄다고 명확하게 알려줬다. 그에 걸맞게 긴장감을 유지하라고도 자극했다. 그런 RS 배지의 주장에 동의했지만, 은근히 피곤한 건 사실이었다.

아우디 RS 6 실내

RS 6 아반트는 어느 한 쪽 성향을 강요하지 않는다. 느긋하게 달리면서 음미할 땐 편안하고, 밀어붙이며 움직임에 집중할 땐 흐트러지지 않는다. 하체가 표현하는 영역의 품이 넓다. RS Q8을 시승할 땐 SUV라서 편안함도 신경 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RS 6 시승을 통해 깨달은 것은 이런 하체의 포용력이 새로운 RS의 성장한 성격이라는 점이다. 세대가 바뀐 시간 동안 서스펜션 기술이 발전한 덕이기도 하다. 극과 극을 원활하게 오가는 데 능숙하다. 최근에 아우디를 탈 때마다 하체 만드는 솜씨가 농익었다고 느꼈다. RS에서 그 솜씨가 확연히 드러났다. 주행모드를 바꿀 때마다 탄성이 터졌다.

RS 6 아반트는 시대 흐름에 따른 고성능 자동차의 특징을 알려준다. 이젠 고성능차라고 시종일관 긴장할 필요가 없다. 고성능은,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이라면 럭셔리라는 큰 틀 안에 녹아든다. 최고급 모델로서 다채로운 질감을 선사하는 데 집중한다. 고성능은 고급스런 질감과 더불어 운전자를 만족스럽게 하는 요소다. 고성능이 주는 짜릿함에 무게 중심이 더 쏠리긴 해도, 지향하는 바는 맹목적인 스포츠가 아니다. 자동차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짜릿함의 총합. RS 배지의 영역이 확장한 셈이다.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능력자로서.

아우디 RS 6

사실 RS 6 아반트는 RS의 새로운 성격을 알려주기에 이상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슈퍼 왜건’ 아닌가. 왜건의 온건한 느낌까지 품은 스포츠카. ‘가장의 드림카’라는 흥미로운 지점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RS 배지의 시작은 슈퍼 왜건이었다. RS 배지를 단 첫 차는 RS 2. 아우디 80의 고성능 버전인 S2 중에서도 왜건 모델의 성능을 더 날카롭게 벼렸다. 아우토반에서 BMW M과 메르세데스-벤츠 AMG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린 고성능 왜건.

RS의 적자로서 RS 6 아반트는 RS의 새로운 성격을 보여주기에 의미도, 형태도 적절하다. 다음 세대 RS의 정체성을 RS 6 아반트가 제시한다. 사실 배경 지식 없어도 RS 6 아반트는 그 자체로 탐스럽다. 왜건의 특징을 오히려 특별한 디자인 요소로 승화한 이런 고성능차, 다른 어디에도 없으니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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