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클래스 그 이상의 만족”...아우디는 다 계획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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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차량이 서 있습니다.

“퍼스트 클래스 그 이상의 만족”...아우디는 다 계획이 있구나

브랜드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퍼스트 클래스 내부의 모습입니다.

아우디 그랜드스피어 콘셉트 통해 엿본 자동차의 미래

요즘처럼 미래라는 단어가 자동차와 가까운 적이 있었나?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미래를 얘기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시기다. 그래야 하는 변환점이다. 전기모터와 자율주행이라는 미래 방향성이 정해졌다. 거대한 수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시간문제다. 중요한 점은 목적지의 풍경이다.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다들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모두 저마다의 답을 품고 나아간다. 방향성이 닿는 지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 각자 미래를 제시하고 호응을 유도하는 상황이다. 어쩌면 기회다. 언제나 정해진 것이 없을 땐 기준을 세우고 정진하는 자가 본을 만든다. 그 깃발을 향해 모두 달려간다.

완전한 그림은 아니더라도 실루엣은 알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공간이다. 자동차는 개인 공간이다. 집 다음으로 맞춤 공간을 제공한다. 자동차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시기 동안 공간 역시 발전했다. 이동성을 바탕에 둔 공간으로서 자동차의 가치는 변함없이 이어졌다. 이 점이 핵심이다. 자동차는 과거부터 지금, 다가올 미래에서도 공간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

미래 방향성은 공간을 더욱 중요한 가치로 조명한다. 운전할 필요가 없는 미래에 자동차에서 뭘 해야 할까? 두 가지 큰 줄기 중 하나는 휴식이다. 다른 하나는 유희다. 둘은 따로 또 같이 공간의 결을 좌우한다. 아우디는 우선 휴식에 집중했다. 휴식하고픈 공간. 아우디가 공개한 그랜드스피어 콘셉트는 그 지점을 정확히 관통한다.

퍼스트 클래스의 내부 모습입니다.

그랜드스피어 콘셉트는 아우디의 미래, 나아가 자동차의 미래를 제안하는 시리즈 콘셉트카다. 스카이스피어 콘셉트, 그랜드스피어 콘셉트, 어반스피어 콘셉트 시리즈 중 두 번째 모델이다. 스피어 시리즈는 공통적으로 공간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취향과 목적에 따라 각기 달라지는 공간을 각 콘셉트에 녹여낸 셈이다. 그랜드스피어 콘셉트의 공간은 명확하다. 휴식을 위한 공간의 편안함을 구현한다. 운전 대신 누리는 휴식은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미래 자동차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랜드스피어 콘셉트의 실내는 라운지 같다. 소란스러운 클럽 라운지가 아닌 채광 좋고 조용한 전시관 라운지랄까. 라운지의 출입문을 열 듯 문도 양쪽으로 벌려 열게 했다. B필러 없이 뒷문을 반대로 여는 방식이다. 들어서기 전부터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오는 효과가 있다. 공간과 대면하는 첫 인상부터 개방감을 강조하는 셈이다. 그 다음은 차분함. 탁 트인 공간에 포근한 재질로 편안하게 몸을 감싸는 좌석이 있다. 긴장보다는 여유, 짜릿함보다는 느긋함이 먼저다. 그 좌석을 중심에 두고 우드 패널이 둥그렇게 공간을 감싼다. 요소요소에서 섬세함이 도드라진다. 전체 색감 또한 은은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빛에 따라 질감이 더욱 도드라진다. 공들여 만든 나무 가구로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이랄까. 소유욕을 자극한다.

퍼스트 클래스 차량이 서 있습니다.

그랜드스피어 콘셉트는 자동차 실내라기보다 공간 그 자체로 인식하게 한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을 수납해 놓은 까닭이다. 그랜드스피어 콘셉트는 레벨 4 자율주행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은 운전 모드로 전환해야 나타난다. 운행 정보를 나타내는 검은색 디스플레이도 운전 모드에서만 활성화한다. 그 전까지는 오직 간결한 공간으로 존재한다. 게다가 확장된 앞유리와 투명한 천장은 위쪽 개방감까지 확보한다. 전체적으로 간결하며 답답하지 않다. 비어 있기에 라운지로서 확장성이 생긴다.

우드 패널에 프로젝터로 화상을 띄우면 공간은 다양하게 변주한다. 화상 회의를 하면 사무실이 되고, 영화를 보면 개인 영화관이 된다. 우드 패널을 두른 간결한 공간이기에 음악을 감상하기에도 최적이다. 좌석은 60도까지 눕힐 수 있으니 몸을 이완한 채 공간이 제공하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이동하는 탈것 중 현재 가장 편안한 좌석은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다. 아우디가 그랜드스피어 콘셉트의 공간을 얘기할 때 퍼스트 클래스를 언급하는 건 그 이유다. 이동의 질을 높이는 공간.

물론 이런 구성이 아우디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각 브랜드마다 미래 자동차의 실내를 구성하는 기본 개념은 비슷하다. 직사각형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기본 개념이 비슷하다고 다 같을까? 이때 브랜드 특유의 감각이 필요해진다. 면적이 같다고 다 같은 공간은 아니니까. 중요한 지점이다. 휴식을 누리는 공간의 만듦새는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은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부분이다. 그 차이가 곧 브랜드의 가치를 정할 가능성이 높다. 조종 성능에서 공간의 가치로 미래 자동차의 핵심 요소가 바뀐 이후를 주도할 기회. 아우디는 그랜드스피어 콘셉트를 통해 그 지점을 향해 한 발 크게 내디뎠다.

퍼스트 클래스 내부에 식물이 있습니다.

미래를 대비하는 아우디의 승부수. 우위를 점할 조건은 충분하다. 그동안 아우디가 정진해온 분야 아닌가. ‘디자인의 아우디’로서 쌓아온 유산은 지금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지 모른다. 그동안 아우디는 디자인 감각을 높여왔다. 디자인 박람회인 디자인 마이애미와 꾸준히 연을 맺고, 디자인 감도를 높이기 위해 디자인 제품도 만들었다. 디자인을 내세우는 만큼 그에 걸맞은 결과물을 선보였다.

방향성은 경험을 낳고, 경험은 감각을 증폭한다. 아우디 디자인의 수장, 마크 리히트는 간결함에 화려함을 더하는 변화도 꾀했다. 간결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반듯하지만 밋밋하지 않다. 그동안 출시한 아우디 자동차가 감각의 감도를 증명한다. 그렇게 아우디는 프리미엄 자동차로서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러한 유산은 미래로 이어진다. 아니, 미래에선 더욱 확장한다. 그럴 기회가 찾아왔다. 미래 자동차의 공간성은 디자인 감각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으니까. 감도 높은 가구를 사듯, 세련된 공간을 찾듯. 그럴수록 미래 자동차가 아우디에게 승부수로 다가온다는 말은 힘을 얻는다.

그런 점에서 스피어 콘셉트카 시리즈는 승부를 위한 진중한 포석이다. 아우디가 만들고자 하는 공간의 방향성이 담겼다. 그 중에서 그랜드스피어 콘셉트의 인상이 강렬할 수밖에 없다. 가장 보편적으로 선호할 미래 자동차의 공간 특징인 휴식을 강조하는 까닭이다. 질감 좋고 세련된 공간에서 누리는 휴식. 그랜드스피어 콘셉트는 아우디가 자신의 장기를 미래 자동차에 어떻게 담아낼지 알게 한다. 그냥 하나의 콘셉트카로만 바라볼 수 없다. 앞으로 양산차에 적용하려고 그린 큰 그림이기도 하니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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