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e-트론 GT를 보고 감탄한 네 가지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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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e-트론 GT 옆면이 보입니다.

아우디 e-트론 GT를 보고 감탄한 네 가지 지점

제품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터널 속에 서 있는 아우디 e-트론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 e-트론 GT는 아우디의 새로운 아이콘, 맞다

아우디가 새로운 전기차를 전시했다. e-트론 GT와 RS e-트론 GT다. 이름에 GT가 붙었듯 그란 투리스모다. 장거리를 빠르고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 첫 번째 전기차인 e-트론은 SUV 형태였다. 접근성 높은 전기차로 첫선을 보였다. e-트론 GT와 RS e-트론 GT는 보다 낭만적이다. 자동차가 이어온 전통적 가치, 아름다움과 성능을 품는다. 관록 있는 자동차 브랜드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할 형태. 그냥 세단도 아닌 GT카니까.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다.

처음 목격한 건 영화에서였다. e-트론 GT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등장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잠깐 타고 나왔다. 물론 콘셉트 모델이었다. 시선 집중. 토니 스타크와 R8의 관계처럼 그럴듯했다. 전기차 타는 토니 스타크도 어울렸다. 그 사이 시간이 흘렀으니까. 그렇게 관심도를 높였다. 이내 양산 모델도 발표했다. 콘셉트 카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사진을 보니 실물이 더 궁금해졌다. 기존 아우디 같으면서도 사뭇 달랐다. 전기차니까 그럴까? 아우디는 통일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 아우디가 e-트론 GT를 통해 다른 질감을 선보였다. 아우디 TT처럼, 아우디 R8처럼. e-트론 GT는 아우디의 새로운 아이콘 모델일까? 보고 나니 확인할 수 있었다. 몇 가지 인상적인 요소로 풀어본다. e-트론 GT의 첫 인상이다.

아우디 e-tron GT의 뒷모습이 확대된 사진입니다.

첫 번째 인상. 풍만한 굴곡이다.

아우디와 굴곡은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굴곡은 부드럽고 흐르는 느낌이다. 그동안 아우디는 선을 분명하게 맺고 끊어왔다. 연속성보다는 똑 떨어졌다. 최신 아우디 디자인은 선이 더 굵고 강직하다. 차체를 표현하는 곡선 또한 간결하다. 반면 e-트론 GT는 부드럽게 굴곡이 넘실거린다. 보닛에서, 펜더에서, 뒤태에서 굴곡이 차체를 휘감는다. 디자인 질감이 달라졌다. 단단하고 딱딱한 느낌에서 부드럽고 말랑하게 변모했다. GT라는 장르를 빚었기에 더 도드라졌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큰 변화다.

물론 아우디다운 정갈함은 유지했다. 선이 많지 않고, 면이 깔끔하다. 아우디다우면서도 새롭다. 프롤로그 콘셉트카를 처음 봤을 때처럼 신선하다. 그땐 선이 굵고 스포티해서. 지금은 매끄럽고 풍성해서. 프롤로그 콘셉트카는 이후 아우디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다. 하나둘 강직한 직선을 품었다. e-트론 GT도 그런 역할을 할까? 풍만한 굴곡을 두른 아우디라. GT 카의 특성을 표현한 면이 크겠지만, 그러지 말란 법은 없다. 전기차 시대가 온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대비한 아우디의 또 다른 디자인 방향성일지 모른다. 아우디 TT처럼 디자인 아이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만큼 e-트론 GT의 디자인은, 아우디로서 진취적이니까.

아우디 e-tron GT의 라이트의 램프를 확대한 사진입니다.

두 번째 인상. 램프류에 관한 아우디의 열정이다.

물론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아우디는 램프류에 유독 공을 들였다. LED 주간주행등을 최초로 적용하면서 자동차 인상을 바꿨다. LED 주간주행등이 자동차 디자인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아우디의 업적은 결코 작지 않다. 그 이후로도 자동차 램프류의 선구자로 군림했다. 매트릭스 헤드램프, 다이나믹 턴 시그널 램프 등 아우디가 선보이면 곧 업계 트렌드가 됐다. 누구보다 먼저, 어디보다 고품질로. ‘빛의 마술사’ ‘조명회사’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니까. e-트론 GT의 램프류를 보며 아우디의 솜씨를 다시 확인했다. 매끈한 차체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 넘실거리는 굴곡과 호응하며 반짝였다.

중요한 지점이다. 익숙한 요소가 새삼 빛났다. 새로운 전기차가 나오면 기대한다. 참신하고 발랄한 무언가가 꼭 필요하다고 여긴다. 그 외에 나머지는 관심이 덜하다. 하지만 e-트론 GT는 기존 유산을 더욱 주목하게 했다.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전기차로서 과거와 현재를 반영했다. 오랫동안 자동차를 만들어온 브랜드의 가치랄까. 쌓인 내공이 전기차에 어떻게 드러나는지 증명했다. 신선함이 가셨을 때 남는 건 결국 만듦새다. e-트론 GT의 램프류는 그 지점을 떠올리게 했다. 공들인 시간만큼 효과가 드러났다. 전기차에서도 돋보였다.

아우디 e-tron GT의 옆모습입니다.

세 번째 인상. 감성을 담은 e-사운드다.

전시라서 타보진 못했다.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따로 e-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했다. 즉, e-트론 GT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란 뜻이다. 전기차를 내놓으며 브랜드마다 새로운 소리를 준비한다. 전기모터의 작동소리만으로는 차별화가 힘드니까. 운전할 때 소리가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소리를 들으며 자동차와 교감한다. 이동수단만 강조하는 전기차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e-트론 GT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고성능 품은 GT 카로선 기본 덕목이다. e-사운드는 그 부분을 고민한 결과다.

보통 전기차에 대입한 소리는 우주선을 연상케 한다. e-사운드도 그런 성질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소리가 고조할 때 사뭇 다르다. 우우웅, 하는 전자음 속에서 자동차 배기음 비슷한 질감을 섞었다. 괜히 반갑다. 그러면서 높낮이와 질감이 달라진다. 소리의 기승전결이다. 가속페달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자동차의 소리. 매혹적인 GT 카의 오케스트라를 전기차답게 풀어냈다. 소리의 호불호보다 중요한 건 태도다. 새롭게 하면서도 전통적 가치를 보존한다.

아우디 e-tron GT 두 대가 서 있습니다.

네 번째 인상. 친환경과 프리미엄의 조율.

e-트론 GT에는 친환경 소재가 대거 쓰였다. 시트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실로 짰고, 폐그물에서 뽑아낸 소재로 매트나 바닥을 만들었다. 버려지는 섬유에서 부들부들한 알칸타라 느낌의 소재도 개발했다. 국내 e-트론 GT에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시트는 적용하진 않는다고 한다. 아직 가죽을 선호하는 고객이 다수라서.

아무튼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일은 이제 자동차 브랜드의 숙명이다. 배기가스뿐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도 줄여야 한다. 높아지는 규제에 대응하려면 다각도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전기차와 친환경 소재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 셈이다. 친환경 소재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만든 소재의 질감도 중요하다. 선의만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드물다. e-트론 GT에 적용한 내장재는 친환경 소재라고 말해줘야 알 만하다. 즉, 고급스런 질감을 구현했다는 뜻이다. 친환경 소재를 쓰더라도 아우디의 감도에 맞췄다. 친환경을 추구하면서도 프리미엄 가치를 유지한다. e-트론 GT를 보며 확인할 수 있었다.

e-트론 GT는 아우디의 새로운 전기차이면서 이후 방향성도 반영한다. 아우디가 전기차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e-트론 GT는 아우디의 새로운 아이콘, 맞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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