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에 뜬 두 개의 태양, e-트론 GT와 R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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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e-트론 GT 전면

아우디에 뜬 두 개의 태양, e-트론 GT와 R8

제품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아우디 e-트론 옆면 로고가 보입니다.

R8에 이어 아우디를 대표하는 최고 모델이 하나 더 생겼다. 전기차 e-트론 GT다.

전기차가 대세다.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여전히 전기차는 대중화 초창기이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전동화를 비전으로 내세우며 전기차 개발에 전력투구한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당장 전부 전기차로 대체할 수는 없어서, 업체들은 개발에 우선순위를 둔다. 많이 팔려서 수익을 낼 전기차를 먼저 개발하거나, 기술력 범위 안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차종에 몰두하거나, 유행하는 흐름을 따라 가장 보편적인 차종을 우선 내놓는다.

브랜드 특성이나 지향점에 맞는 전기차에 집중하기도 한다. 대표 브랜드는 아우디다. 아우디 전기차는 고성능과 최고를 지향한다. 모델 라인업 꼭대기에 전기차를 배치해서, 전기차가 브랜드의 최우선 순위이고 모든 기술과 역량을 쏟아부은 차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우디가 처음 내놓은 양산 전기차는 e-트론이다. 크기, 성능, 가격 등을 토대로 판단하면 SUV 라인업 최고 모델인 Q8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전기차이면서 고성능 모델인 e-트론 S도 나온다. 처음 내놓는 전기차를 브랜드 라인업의 큰 축인 SUV 차종 맨 꼭대기에 올려놨다.

아우디 Q4 e-트론

두 번째로 나온 전기차인 e-트론 GT는 e-트론보다도 한발 더 나아간다. 4도어 스포츠 쿠페 형태인 e-트론 GT는 슈퍼카급인 R8과 대등한 관계를 이룬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는 이 시점에 접근성 높은 대중적인 모델이 나와야 할 듯하지만, 아우디는 고성능과 최고 모델을 먼저 내놓는 전략을 펼친다. SUV와 세단/쿠페 부류에서 각각 최고 모델을 내놓고, 이후 대중성을 앞세운 Q4 e-트론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우디는 고성능을 중시하는 고급 브랜드이면서 일반 차종을 내놓는 종합 브랜드이지만, 특이하게도 R8이라는 슈퍼카를 생산한다. 미드십 슈퍼카 R8은 아우디의 이미지 리딩과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제는 그 역할을 e-트론 GT가 나눠서 맡는다. 내연기관 라인업에서는 R8, 전기차 라인업에서는 e-트론 GT가 최고를 지향하며 아우디 브랜드를 이끌어 나간다.

한 브랜드에 서로 다른 두 분야에 최고 모델 두 대가 있으니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고성능 스포츠카를 지향하지만 두 차의 본성에는 차이가 있다. R8은 2인승 미드십 쿠페로 순수성 추구하고, e-트론 GT는 5인승 4도어 쿠페로 GT 성격이 강하다. GT 성격은 아우디 측에서도 분명히 밝힌 부분이다. R8은 아우디 일반 모델 라인업과 완전히 떨어져 있지만, e-트론 GT는 e-트론 라인업에 속하면서 세단/쿠페 라인업과 어느 정도 연관성을 띤다.

아우디 R8 특성: 2도어 2인승 쿠페

e-트론 GT는 전기모터를 앞뒤에 각각 하나씩 달았고, R8은 5.2L V10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얹는다. 동력원이 완전히 다르고 성능 수치도 차이를 보이지만 고성능 측면에서 두 차는 비슷하다. e-트론 GT 콰트로나 R8 RWD 모델은 기본형이지만 성능은 만만치 않다. e-트론 GT 콰트로는 최고출력 476마력(부스트 530마력), 최대토크 65.3kg・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4.1초, 최고시속(제한) 245km이다. R8 RWD는 540마력, 55.1kg・m, 3.7초, 시속 324km이다.

e-트론 GT는 고성능 모델인 RS도 함께 나왔다. RS e-트론 GT의 최고출력은 598마력, 최대토크는 84.6kg・m에 이른다. 부스트가 작동하면 2.5초 동안 최고출력이 646마력까지 높아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3.3초, 최고시속(제한)은 250km에 이른다. R8은 기본형과 RWD, 퍼포먼스 모델로 나뉜다.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 모델은 최고출력 610마력, 최대토크 57.1kg・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과 최고시속은 각각 3.1초와 331km다. 두 차 모두 상당한 고성능 면모를 보여준다.

출력과 가속 시간 등 주요 성능 수치는 비슷한 범주에 속하지만 성능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다. e-트론 GT는 앞뒤에 전기모터를 배치했고, R8은 운전자 뒤에 엔진을 얹은 미드십 구성이다. e-트론 GT는 전기차이므로 순간적으로 최대토크가 나오는 반면, R8은 자연흡기 방식이라 토크가 6600rpm까지 점진적으로 올라간다. 변속기도 e-트론 GT는 2단, R8은 7단 듀얼클러치 방식이라 동력 전달에도 차이가 있다. 똑같이 가속한다고 해도 속도가 올라가는 방식과 힘 전달에 차이가 나서 실제 주행 느낌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아우디 e-트론 GT 전기모터

동력원은 다르지만 아우디 브랜드의 특기인 콰트로는 두 모델 다 갖췄다. 특성은 좀 다르다. e-트론 GT의 전자식 콰트로는 연속적인 완전 가변식으로 수천분의 1초 단위로 토크를 배분한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앞뒤 전기모터가 최적 에너지 효율에 맞춰 돌아간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뒤쪽에 힘을 더 보태고, 효율성 모드에서는 앞바퀴굴림으로 전환한다. 미끄러운 도로나 고성능이 요구될 때, 빠른 코너링 때는 뒤쪽에 더 많은 힘을 보낸다. 기계식과 비교해 반응 속도는 5배 빠르다. R8은 미드십 특성에 맞춰 트랙션과 역동성,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콰트로가 작동한다. 앞뒤 토크 배분 비율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앞뒤로 최대 100%까지 토크를 보낸다. 콰트로라는 이름은 같지만 e-트론 GT는 앞뒤 별개로 네 바퀴를 굴리고 R8은 앞뒤를 연결해 동력을 배분하는 식이어서 기본 구조 자체가 다르다.

아우디 e-트론 GT 사운드

소리 또한 스포츠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청각으로 느끼는 역동성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별다른 기능을 넣지 않더라도 R8 V10의 엔진 소리는 역동적이다. 미드십이어서 등 뒤에서 울려 퍼지는 엔진 소리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전기차의 모터 소리는 이 부분이 미흡하지만, e-트론 GT는 스포츠카답게 사운드에도 공을 들였다. 스포츠 사운드는 컨트롤 유닛과 앰프를 활용해 실내와 실외에 각각 스포츠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전기모터의 회전 속도, 가속페달 위치, 자동차 속도 외에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디지털 사운드를 내보낸다. 내연 기관이 직접 내는 소리와 디지털 사운드가 같을 수는 없겠지만, 각각 다른 개성으로 만족도를 높인다.

일상성은 5인승 4도어 구성이고 GT를 표방하는 e-트론 GT가 아무래도 낫다. R8도 슈퍼카 중에서는 데일리카로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4도어 쿠페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연료 보충의 용이성과 주행가능 거리다. e-트론 GT는 충전 조건만 맞으면 5분 충전으로 100km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최적 조건에서 5%에서 80%까지 충전 시간은 22.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주행가능 거리는 유럽 WLTP 기준 콰트로와 RS 모델이 각각 488km와 472km다. 주행거리가 길고 최적 조건에서는 충전 시간도 적게 걸리지만, 주유소에서 잠깐 주유하면 끝나는 내연기관 R8과 비교하면 편의성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아우디 R8 V10 RWD

e-트론 GT가 불리하지만은 않다. R8은 배기량이 큰 가솔린 엔진이어서 연비가 그리 높지 않다. 국내 기준 R8 V10 퍼포먼스 모델의 복합연비는 6.0km/L이고 연료탱크는 73L다. 이론상 438km를 달리니, 연료 보충 편의성은 앞서더라도 주행거리에서 이점은 e-트론 GT를 크게 앞서지 않는다. 스포츠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각각의 장단점이 묘하게 균형을 이룬다.

한 하늘에 태양이 두 개일 수는 없다지만, 아우디는 스포츠카 두 대를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로 내세운다. GT와 순수 슈퍼카로 성격이 다르다고 해도 고성능 스포츠카라는 점에서 e-트론 GT와 R8은 한 묶음에 속한다. 눈여겨 부분은 현재 시장 상황이다. 내연기관과 전기차가 영역을 달리하며 자동차 시장을 양분하는 때에 각 분야를 대표할 모델이 필요하다. e-트론 GT는 고성능과 최고를 앞세우는 아우디 브랜드에서 전기차를 대표한다. 같은 영역에 있지만 상반된 특성을 보이는 두 차는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다른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시대 변화가 아우디 브랜드를 대표하는 두 모델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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