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 24시간 레이스에 복귀하는 ‘제왕’ 아우디의 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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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바퀴 굴러가는 모습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복귀하는 ‘제왕’ 아우디의 큰 그림

기술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아우디 e-트론 옆면 로고가 보입니다.

▶ 아우디 하이브리드 스포츠 프로토타입 프로젝트의 진가

최근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RS e-트론 GT를 발표한 아우디가 새로운 소식을 알렸다. 바로 2023년 르망 레이스로의 복귀다.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포함한 WEC 즉, 세계 내구 선수권 대회는 아우디에게 남다른 기억을 남겼었다. 내구 레이스의 꽃이라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아우디는 무려 13회나 우승을 차지한 기록을 보유한 ‘르망의 제왕’이다. 아우디가 전체 WEC 시리즈에서 낸 호성적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내구 레이스에 참전하는 모델을 프로토타입(prototype)이라고 부른다. 프로토타입은 양산 제품과 대조되는 개념으로서 시제품 또는 실증기를 뜻한다. 즉 프로토타입 레이서는 오랜 시간을 빠른 속도로 달리기 위하여 제작되는 실험적 제품에 뿌리를 둔다는 뜻이다. 도전 그 자체인 것이다.

하지만 아우디에게는 이 프로토타입 레이서에 좀 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것은 프로토타입이라는 말 그대로 다양한 기술을 실험하고 발전시키는 달리는 실험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우디는 1999년부터 2016년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실험했고 그 기술은 대부분 실제로 판매되는 모델들에 적용됐다. 대표적 예로 트윈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 디젤 엔진, F1의 KERS(운동에너지 회수 장치)와 유사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에너지 회수형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이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뒷바퀴는 엔진으로, 앞바퀴를 모터로 구동하는 콰트로 4륜 구동 시스템으로도 발전했었다.

자동차 경기 모습, 여러 대의 차량이 줄서서 서 있습니다.

2023년 내구 레이스에 복귀하는 아우디 프로토타입 역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것은 LMDh 규정에 따른 레이스 프로토타입의 개발이다. 현재 내구 레이스의 양대 산맥은 유럽의 르망 24시간 레이스와 미국의 데이토나 24시간 레이스다. 서로 고유의 경주차 규정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상대방 레이스에 참가하는 것을 허락하는 독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치 각국이 서로 다른 인증 규정을 갖되 일정 범위 안에서는 서로의 인증서를 인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앞으로 적용될 르망 경주차 규격은 LMH라고 부른다. 그리고 데이토나 경주차 규격은 LMDh라고 부른다. 그런데 아우디의 새로운 경주차는 LMDh 규격을 따른다. 두 모델은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커다란 차이를 갖는다. 그것이 바로 아우디가 선택한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이다.

르망 규격인 LMH는 르망 하이퍼카의 약자다. 하이퍼카는 슈퍼카를 능가하는 최고 성능의 자동차를 뜻한다. 즉, LMH는 최소 20대 이상 생산된 도로 주행용 하이퍼카를 바탕으로 설계 제작된 프로토타입 경주차이거나 반대로 경주차를 기반으로 도로주행용 하이퍼카를 20대 이상 생산하면 된다. 그러나 하이퍼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비용에는 제한이 없다.

이에 비하여 아우디가 선택한 LMDh는 르망(LM)과 데이토나(D)를 위하여 개발된 하이브리드(h) 프로토타입 경주차다. 도로 주행용 모델의 제약은 없지만 이 모델은 기성품 섀시와 기성품 하이브리드 구동계에 브랜드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바디와 내연 기관을 탑재하여 완성하는 방식이다. 기성품으로 제공되는 섀시와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가격은 100만 유로로 제한된다. 즉, 더 많은 팀이 경주에 참가할 수 있도록 비용에 제한을 두는 최근 추세를 반영한 새로운 규격인 것이다.

2015 아우디 R18 e-트론 콰트로 하이브리드 경주차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서도 두 규격은 차이가 있다. LMH에게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의무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우승을 위하여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실제로 거의 모두에게 적용될 것이다. LMH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제동시 회수한 운동 에너지를 양쪽 앞바퀴에 200kW까지 전달하여 4륜 구동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우디의 이전 르망 경주차였던 R18 e-트론 콰트로와 비슷하다. 다만 시스템 최고 출력은 500kW, 즉 680마력으로 제한된다.

이번에 아우디가 선택한 LMDh 규격은 보쉬가 제작한 모터 제너레이터와 윌리엄스 엔지니어링의 에너지 저장 장치와 제어 시스템, X-트랙의 변속기에 아우디 엔진을 결합하는 반 기성품의 형식이다. 파워트레인의 구성은 더 까다롭게 제한된다. 첫째, 하이브리드의 최대 에너지 회수 용량은 200kW, 출력은 50kW로 제한된다. 즉 출력은 LMH의 1/4에 불과하고 게다가 뒷바퀴로만 동력을 전달할 수 있다. 둘째, 브랜드가 선택한 엔진의 출력은 470kW, 즉 640마력으로 제한되며 시스템 최고 출력은 LMH와 동일한 500kW, 즉 680마력으로 제한된다.

비록 최고 출력에는 차이가 없지만 LMH와 LMDh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회수하여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차이가 크다는 것은 동력 성능은 물론 효율성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섀시의 규격도 이전 기준의 최상급인 LMP1에 가까운 LMH와 그 아래 규격이었던 LMP2에 가까운 LMDh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그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문턱을 낮춘 것이다.

LMDh 프로토타입 경주차에 탑재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아우디는 경험이 많은 르망 경주차에 가까운 LMH 규격을 마다하고 제약이 큰 LMDh 규격을 선택한 것일까?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LMH 규격은 이미 아우디가 R18 e-트론 콰트로 경주차를 통하여 이룩한 업적에서 큰 도전이 되지 않는다. 둘째, 투어링카 레이스가 통일 규격의 TCR로 저변을 확대하듯이 아우디는 규격이 통일된 LMDh 경주차로 팩토리팀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독립 팀들의 참전을 독려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효율성의 극대화라는 다음 단계로의 도전이다. 이제는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대세다. 하지만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과 가격이다. 아우디는 극한의 상황인 레이스에서도 스스로의 제약을 넘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효율에 도전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높은 효율은 일상생활에서는 환경 보호와 경제성이고 레이스 상황에서는 우수한 기록이다. 특히 효율성이 중요한 내구 레이스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매 브랜드인 포르쉐도 같은 LMDh 규격의 내구 레이스 경주차를 개발 중이다. 그들은 협력을 통하여 촉박한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한편 자신만의 목적을 위하여 경쟁하는 좋은 파트너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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