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하지만 더 좋게...아우디 S6의 절묘한 변화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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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S6 차량이 서 있습니다.

적게, 하지만 더 좋게...아우디 S6의 절묘한 변화 [시승기]

제품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아우디 S6 앞모습

▶ 미니멀리즘 고성능의 표본, 아우디 S6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는 이렇게 말했다. ‘적게, 하지만 더 좋게(Less, but better)’. 그의 미니멀리즘 디자인 철학을 대표하는 말이다. 간결한 디자인은 흔들리지 않고 시간을 견뎌낸다. 장식이 없기에 오히려 제품 본연의 물성이 도드라진다. 덜어내야 온전히 채울 수 있다. 무협지에서 보던 무공 수련법 같은 말이지만, 우리는 그동안 체감했다. 간결할수록 더 탐스러울 수 있다고. 아우디가 디자인으로 쌓아온 명성도 비슷한 맥락이다. 더 넓게 보면 아우디가 S라는 고성능 모델을 빚는 방식이기도 하다. 단지 디자인 얘기만은 아니다.

아우디 S 모델은 ‘덜어내면서 더 좋은’ 방식으로 고성능을 표현한다. 고성능 모델다운 과함도, 날카로운 성질도, 닿기 힘든 거리감도 덜어냈다. 그러면서 고성능에 기대하는 여유를 ‘더 좋게’ 담았다. 특히 아우디 S6에는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중형 세단이 이젠 어떤 기준이 되었으니까. 오랜만에 아우디 S6를 다시 타보며 확인했다. 처음 아우디 S6를 접한 수 년 전의 감흥이 새삼 되살아났다. 그 사이 흐른 시간만큼 더 좋아졌다. 당연한 결과였다.

아우디 S6 내부 오른쪽 문

처음 아우디 S6를 봤을 때 갸웃거렸다. 고성능인데 고성능 같지 않아서. 흘깃, 바라보면 A6와 구별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내 아우디의 의도를 알게 됐다. 아우디가 추구한 디자인에서 S다운 치장은 딱 그 정도가 빛을 발한다고. 타기 전과 후, 보이는 게 달랐다. S에 적용한 몇 안 되는 디자인 요소가 오히려 적기에 더 눈에 띄었다. 굳이 과격하게 찢고 파내어 장식하지 않아도 달리 보이게 할 수 있었다. 무광 은색 사이드미러는 하나의 상징 같기도 했다.

신형 S6에서도 그 방식은 효과를 발휘했다. 군살 뺀 신형 A6의 디자인은 S 배지와 더 잘 어우러졌다. 응축된 차체는 근육질 몸매처럼 탄력이 넘쳤다. 그 사이사이 더욱 선명해진 선은 근육의 굴곡처럼 음영을 드러냈다. 신형 S6는 그 바탕에 몇 가지 변화로 차별화했다. 이때 역시 뭘 더할 필요가 없었다.

S6 외관 검정 싱글 프레임

단지 약간의 강조랄까. 특히 국내 출시한 S6는 싱글프레임 그릴을 검은색으로 둘렀다(해외 모델은 크롬 몰딩도 있다). 차이보다 느낌으로 전면 인상을 강화했다. 단지 테두리까지 검은색으로 바꿨을 뿐인데, 단지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해졌다. 아우디 A6에 스민 강직한 직선에서 풍기는 인상이 바탕이 된 까닭이다. 물론 아우디 고성능의 징표인 무광 은색 사이드미러는 여전히 탐스럽게 존재했다. 작은 변화인 듯한데 전체 인상을 좌우한다. 적게, 하지만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 조화와 강조. 신형 아우디 S6의 외관을 관통하는 기조다. A6 디자인이 보다 날렵해져 이런 변화가 더 어울린다.

아우디 S6 실내

실내는 신형 A6가 진일보한 만큼 그대로 따른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구성한 실내는 미래적이며 고급스럽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이제 실내 분위기를 좌우한다. 이어 붙이거나 세로로 쓰는 등 각 브랜드마다 방향성이 다르다. 아우디는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를 위아래로 각각 분리했다. 따로 배치하며 다른 역할을 부여한다. 또한 디스플레이가 각기 다른 실내 디자인 요소로 확장한다. 하나는 가로를 강조하고, 하나는 세로를 지지한다. 아우디 프롤로그 콘셉트카의 실내 디자인을 반영한 결과다. S6에도, 자연스레 묻어난다.

S만의 실내 차별화는 시트다. S 엠블럼을 새긴 발코나 가죽 스포츠 시트를 장착했다. 외관보다 S 모델다운 변화가 크다. 원래 시트 변화가 실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잖나. 다른 무엇보다 분위기를 좌우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보기에도 앉기에도 좋다. 너무 본격적이지도, 그렇다고 헐렁하지도 않은 긴장감. 효과를 극대화할 부분을 손댔다. 딱 필요한 부분에서 차이를 강조한다. 효과적이다. 검은색 그릴 테두리와 무광 은색 사이드미러의 효과 이상으로.

아우디 S6 달리는 뒷모습

고성능인 만큼 진정한 변화는 가속페달을 밟고 나서부터 느낄 수 있다. V6 3.0리터 TDI 엔진은 넉넉한 출력을 효율 좋게 끌어낸다. 고성능 디젤 엔진답게 토크가 무지막지하다. 71.3kg·m나 뿜어낸다. 그러면서 연비도 준수하다. 리터당 11.4km 달리는 고성능 모델. 예전 S6보다 배기량과 기통 수가 줄었지만, 일상 영역에선 힘이 우월하다. 고성능 디젤 엔진의 기특한 면이다. 덜어내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적게, 하지만 더 좋게. 꼭 디자인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다운사이징의 긍정적 방향이랄까.

고성능다운 넉넉함은 소리와 거동에서 드러난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을 때 명확해진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 분명해진다. 증폭한 소리지만 꽤 기분을 고조한다. 날렵한 몸놀림은 그 소리의 감흥과 동조한다. 8단 팁트로닉 변속기는 매끄럽게 동력을 이어나간다. 박력 있게 출력을 토해내면서 부드럽게 연결한다. 일상의 고성능을 지향하는 모델답게 과하게 날카롭지 않다.

아우디 S6 내부 대시보드

형제 모델인 S7의 묵직한 성질과도 다르다. S6는 보다 경쾌하게 고성능을 부리며 달려 나간다. 이 간단한 문장을 구현하려면 그리 간단하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 장치와 기술이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 상시 사륜구동 콰트로라든가, 사륜 조향 시스템이라든가, 전자식 댐핑 컨트롤이라든가. 주행 감각을 보다 날렵하고 안정적으로 벼리는 기술들이다. 각 장치는 A6와 S6의 차이를 규정한다. 단지 출력 정도로 비교할 수 없는 숫자 이상의 차이다. 치장을 덜어낸 고성능으로서 돋보이게 하는 요소들이다. 치장은 덜어내도 이런 요소는 채울수록 좋다. 고성능의 본질을 도드라지게 한다.

몸으로 느끼고 나면 확실히 달리 보인다. 안팎 디자인의 고성능 요소가 새삼 절묘하게 다가온다. 내리면 무광 은색 사이드미러가 그렇게 영롱하게 보일 수 없다. 너무 변화가 적은 게 아닌가, 하는 푸념은 탄성으로 바뀐다. 절묘한 포인트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간결하지만 또렷한 차이가 빛을 발한 결과다. 딱 필요한 만큼 변화를 꾀하고, 최대의 효과를 끌어낸다. 이처럼 아우디는 ‘적게, 하지만 더 좋게’ S 모델을 빚었다. 아우디 고성능 라인업의 특성이자 S6의 특성이다. 몇 년 전 느낀 감흥이 다시 되살아났다. 아니, 더 선명하게 각인됐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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