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고성능 라인업에 S와 RS가 공존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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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차량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습니다.

아우디 고성능 라인업에 S와 RS가 공존하는 이유

브랜드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아우디 RS 7이 주행하고 있는 뒷모습

▶ 왜 아우디 고성능 라인업은 S와 RS로 나뉠까?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특징은 뭘까? 전통과 기술, 관록과 혁신이란 말이 오갈 테다. 그 중에서 고성능도 빼놓을 수 없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마다 진용을 마련한 고성능 라인업. 원래 고성능 자동차, 하면 스포츠카가 첫 번째로 떠오른다. 그 스포츠카를 전문으로 만드는 브랜드 역시. 스포츠카는 가장 화려한 자동차로서 자동차 역사에서 상징성을 띤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은 조금 다르다. 자동차 라인업의 기본 골격을 통해 고성능에 접근했다. 스포츠카 브랜드처럼 애초 고성능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고성능 세단’을 시작으로 고유한 영역을 개척했다. 익숙한 모델에 고성능이라는 눈을 뗄 수 없는 장식을 달았다. 분명 새로웠다.

발상의 전환은 성공했다. 사람들은 편안하면서도 짜릿한, 상반된 특성을 만끽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 대로 양 극단을 즐기는 활용성에도 매력을 느꼈다. 기존 라인업의 상급 모델로서 가치도 빛났다. 고성능이 차의 성격은 물론 고급의 한 요소로도 자리 잡은 셈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은 없던 시장을 만들어 가치를 쌓았다. 프리미엄다웠다.

아우디 S7이 밤에 거리에 서 있습니다.

각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라인업마다 특색이 있다. BMW의 M은 스포츠 세단 시장을 일군 대표성을 띤다. 굽잇길을 썰어나가는 날카로움이 도드라진다. 메르세데스-AMG는 엔지니어 한 명이 하나의 엔진을 담당하는 장인 정신과 풍성한 소리로 다른 길을 열었다. 고성능과 고급을 연결하는 데 일조했달까. 아우디의 S와 RS는 두 가지 배지와 콰트로가 대변한다. 두 가지 배지는 고성능의 선택 폭을 넓히고, 콰트로는 한결 마음 편하게 고성능에 접근할 길을 열었다. 취향과 필요를 세분화하고 심리적 장벽을 낮춘 고성능. 저변을 넓혔다.

아우디 고성능 라인업은 S와 RS로 나뉜다. S는 ‘최고의 성능(Sovereign Performance)’, RS는 레이싱 스포트(독일어로 Renn Sport)의 약자다. S를 그냥 스포트(Sport)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인데 아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빠름, 매우 빠름으로 고성능을 나누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우디는 S와 RS 모델을 통해 고성능을 두 영역으로 배분했다. 등급이 아닌 배분이다. S는 기존 라인업을 기준으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로 이해하면 쉽다. 반면 RS는 보다 레이싱을 지향점으로 한 하드코어 모델로 배치했다. 둘 다 고성능이지만 역할이 다르다.

아우디 S7 실내

어떻게 보면 성격 차이다. 고성능이라는 재료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차이일 수도 있다. 단지 수치로 보면 S보다 RS가 강력하다. 그렇다고 S를 RS의 하위 트림으로 봐야 할까? 지향점이 다르다. 아우디 대표 모델 A7을 기본으로 한 S7과 RS 7을 보면 알 수 있다. S7은 일상에서 기분 좋게 빼어 쓸 풍성함을 중시한다. 과격하거나 긴장하게 하지 않는다. S7의 고성능은 풍요로움을 만끽하게 한다. ‘그랜드 투어링’다운 여유에 초점을 맞췄달까. 하체를 매만진 방향성에서도 알 수 있다. 일상 속도로 달릴 땐 심지어 부드러움도 품었다.

반면 (전 세대 모델이지만) RS 7은 가차 없다. 시트에 앉는 순간 몸을 긴장시킨다. 몸을 옥죄는 감각만으로도 꽤 진지하게 차를 벼렸다는 걸 알게 된다. 조금만 달려 봐도 성격이 드러난다. 소리부터 감각, 출력을 뿌려대는 성격에서 운전자를 짜릿하게 압박한다. 외형은 A7과 흡사한데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RS의 R인 레이싱이 단지 수사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어떤 극한을 향해 밀어붙이는 과격함이 전해진다. 극단적인 성향에 관해선 경쟁 브랜드 모델보다 더 밀어붙이는 느낌도 든다. 일상에서 유용하기에 좀 과할 정도로. 그런 차이.

아우디 RS 7가 주행하고 있습니다.

성격대로 S와 RS는 용도가 다르다. 같은 고성능이라도 표현법이 다른 까닭이다. 즉, 고성능을 원하는 사람의 취향과 필요를 고려한 배분이라는 뜻이다. 풍성한 출력을 편안하게 즐기고픈 사람과 날카롭게 벼린 고성능 모델의 짜릿함을 만끽하고픈 사람은 각각 원하는 게 다르다. 아우디는 그 차이를 S와 RS로 나눠 선보인다. 둘은 통하지만 분명 다른 영역이다.

나누었기에 사람들은 더 취향을 고려할 여지가 생긴다. 가격에 앞서, 출력 수치에 앞서, 필요와 취향을 반영한다. 용도와 성격을 구별해 고성능 모델의 층을 한층 두텁게 했달까. 아우디의 고성능이 보다 친절하고 다채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런 성격은 S와 RS로 빚은 모델 라인업에서도 드러난다. S 배지는 A1부터 A8까지 세단 전 라인업은 물론, SUV인 Q 모델에도 대부분 붙는다. 반면 RS는 배지 품은 모델 수가 S보다 적다. 일상의 고성능에 어울릴 모델과 레이싱 지향 고성능을 품을 모델은 다르니까. S와 RS 배지가 차이를 명확하게 한다.

아우디 S7의 백미러 입니다.

S와 RS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게 결정적 장치도 마련했다. 중요한 지점이다. 각각 독립적 라인업으로 존재해야 S가 하위 트림으로 흡수되지 않는다. 덕분에 아우디 고성능 라인업이 타 브랜드의 고성능 라인업과 다른 지점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S와 RS의 공통 장식인 무광 은색 사이드미러는 결정적 요소다. S와 RS 모두 무광 은색 사이드미러로 아우디 고성능 모델만의 인장을 표시한다. 물론 가격이 차이 나니 세부 요소 질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외관 차이는 크지 않다. RS가 S의 2단 변신 형태로 눈에 띄게 차이 나면 종속될 수밖에 없다. 아우디는 둘의 차이를 뚜렷하게 구별하지 않았다. 배지는 달라도 은색 사이드미러가 고성능 표식으로 둘을 묶은 셈이다.

다분히 전략적이다. 이런 전략은 간결한 디자인으로 명성 쌓은 아우디이기에 더 효과적이다. 장식을 최대한 배제한 디자인의 작지만 큰 차이가 오히려 더 돋보이게 하니까. 그 결과, S와 RS는 독립된 영역에서 각각 아우디 고성능을 전한다. 누군가는 S의 풍요로움을 원하고, 누군가는 RS의 스파르탄 감각을 원한다. 아우디의 고성능 라인업은 각기 다른 취향을 차등 없이 자극한다. 아우디 고성능 라인업에 S와 RS가 공존하는 이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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