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면 SUV, 납작하면 세단? 뭘 모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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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차량 여덟대가 서 있습니다.

키 크면 SUV, 납작하면 세단? 뭘 모르는 소리

디자인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아우디 차량 다섯 대가 서 있습니다.

▶ 세련된 아우디 디자인, 진짜 주인공은 어떤 모델일까?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 생활 속에서 종종 내뱉는 말이다. TV 속에 나오는 아이돌 멤버를 얼굴만 보고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관심이 없는데도 이름까지 꿰고 있다면 대단한 눈썰미다. 학교 앞에 교복 입고 떼 지어 몰려가는 학생들은 다 똑같아 보인다. 미인 비중이 높다는 특정 거리에 가면 누군가 분신술이라도 쓰는 듯 비슷한 사람 여럿이 돌아다닌다. 서양 사람 눈에는 한국, 중국, 일본 사람이 그저 다 같은 동양인으로 보일 뿐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보는 사람 눈에는 같아 보일지라도 막상 대상을 하나하나 구분해서 뜯어보면 다 다르다. 각자 개성이 있고 저마다 다른 특색을 지닌다. 관심이 없거나 환경 차이 때문에 비슷해 보이는 경우라면, 관심을 가지거나 익숙해지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자동차도 얼굴이 비슷해 보이는 사례 중 하나다. 브랜드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외형을 비슷하게 다듬다 보니 모든 차가 비슷해 보인다. 키가 크면 SUV이고 납작하면 세단이다. 예전에는 차급마다 전면부 디자인을 다르게 하는 브랜드 비중이 높았는데, 요즘에는 대다수 브랜드가 차급에 상관없이 비슷한 생김새를 추구한다.

아우디 차량의 앞 범퍼 모습

동일 브랜드 차는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델보다 차이가 있다. 세부 요소를 뜯어보면 크기나 형태나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다. 합쳤을 때 비슷하게 보이도록 하는 효과가 디자인의 묘미이고 능력이다. 차에 관심 많은 사람은 차이를 잘 알아서 척척 알아본다.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도 어지간히 눈썰미 없지 않고서는 보통 사람도 차급 정도는 구분해낸다.

비슷해도 차이가 있고 각자 개성을 드러내므로, 관심이나 선호도는 모델마다 달라지기 마련이다. 브랜드의 디자인 방향은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전환점에 선 모델이 그 디자인을 대표하는 모델로 인식되곤 한다. 주로 브랜드에 꼭대기에 있는 기함이 전환점 역할을 하고 주인공으로 대접받는다. 대표 모델이 꼭 최고 디자인은 아니다. 나중에 나온 모델이 더 숙성된 디자인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달라진다. 디자인 주인공은 어떤 차든 될 수 있다.

아우디는 디자인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브랜드다. 단정하고 세련된 디자인, 뚜렷한 정체성, 유행을 이끄는 요소 등 디자인 분야에서 실력 발휘를 해왔다. 현대적인 아우디 디자인의 극적인 변화는 21세기 들어 일어난다. 2000년대 초중반 싱글프레임 그릴과 LED 주간주행등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확립했다. 당시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금은 육각형으로 진화한 싱글프레임 그릴과 날카로운 각을 살린 선과 면으로 발달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Q8이 달리는 모습

최근에 아우디 디자인에 극적인 변화를 이끈 모델은 2017년 처음 공개된 Q8이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인 데다가 아우디 SUV 라인업의 기함이어서 의미가 깊은 차다. 거대한 그릴과 그릴 주변을 두툼하게 둘러싼 장식, 가늘고 날렵한 헤드램프로 강하고 당당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SUV 시장이 커지는 시기에 아우디 SUV의 디자인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Q8은 기함 급 대형 SUV이면서 고성능 모델도 갖췄다. S뿐만 아니라 RS까지 있는데, 얼마 전 국내에 SQ8 TDI가 선보였다. 기본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전면부 그릴 주변을 은색으로 바꿔 사이버틱한 분위기를 내고, 오프로드 용 차 느낌에서 벗어나 트랙용 모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Q5는 라인업의 중간에 자리 잡는 모델이다. 판매 비중이 높아서 아우디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모두가 공감해야 하는 대중성도 겸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패밀리룩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독일에서 Q5의 부분변경 모델이 공개됐는데 Q8에서 이어지는 아우디 최신 디자인을 입었다. 다소 얌전하던 이전 모습과 달리 눈매가 날카로워지고 요소가 많아져서 공격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Q3의 모습

Q3는 패밀리룩의 진수를 잘 보여준다. Q8의 축소판처럼 아우디의 새로운 SUV 디자인을 표현했다. 그릴의 육각형 모양이 조금 다르고 테두리 두께가 얇은 Q3가 작은 차답게 경쾌한 느낌이 살아있다. 차체 색상이 전면부 대부분을 차지하고 크롬으로 포인트를 줘서 차 급에 맞는 산뜻하고 가뿐한 이미지를 전한다.

Q2는 아우디 SUV 라인업의 막내다. 아우디의 공통된 디자인 요소를 갖췄지만 형님들과는 좀 다르다. 위급 모델들은 강하고 날카롭지만 곡면을 살려 유연한 감성도 어느 정도 표현하지만, Q2는 사각형이 분위기를 지배한다. 그릴은 육각형이지만 사각형에 가깝다. 헤드램프도 뾰족하게 날을 세우지 않고 사각형 분위기로 다듬었다. 아우디 SUV 라인업 중에서 별종처럼 보인다. 다 장성한 형님들과 달리 아직 성인 얼굴이 자리 잡히지 않은 어린 늦둥이 분위기랄까.

SUV의 변화를 Q8이 주도했다면, 세단은 A8이 이끈다. 2017년 세대교체를 거친 A8은 각을 살린 커다란 육각형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램프로 새로운 이미지를 완성했다. 기함 급 커다란 차체에 날렵한 분위기를 살렸고, 존재감을 강조하는 트렌드에 맞게 커다란 그릴로 아우디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예전부터 A8은 전통적인 기함의 권위적이고 중후한 느낌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를 추구했는데, 최신 세대 역시 세련된 분위기를 강조한다. 올해 국내에 나온 S8 L은 고성능 모델이지만 오히려 요소를 절제해 단정함 속에 강한 힘을 품은 듯한 인상을 풍긴다. 뒷좌석용 자동차보다 손수 운전하는 스포츠 세단 느낌이 전면부에 드러난다.

아우디 S6모습

A6는 브랜드의 허리를 담당하는 핵심 모델로서 강한 인상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역할을 해낸다. 각을 살린 커다란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램프는 아우디가 추구하는 전면부 디자인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A6는 차급 역할 상 많은 사람에게 매력을 드러내야 하므로, 여러 느낌을 복합적으로 전면부에 담았다. 역동성과 세련미, 유연함과 단정함 등 천의 얼굴처럼 다양한 특성을 드러낸다.

A7은 A6와 비슷하지만 틈새 모델 성격이 강하므로 좀 더 독특한 개성과 형태에 맞는 역동성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 A6가 여러 특성을 담되 안정적이고 표준에 맞는 표정을 추구한다면, A7은 응용을 통한 개성 창조에 초점을 맞춘다. 전면부의 상하 폭이 A6보다 더 얇아 보이는 효과를 내 날렵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다. 올해 국내에 선보인 S6와 S7 TDI는 고성능 모델로서 많은 요소를 집어넣어 화려하고 강한 인상을 완성했다.

아우디가 내놓는 차의 얼굴이 다 비슷하다고 해도 키 크면 SUV, 납작하면 세단이라고 할 만큼 구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SUV는 SUV대로 세단은 세단대로, 같은 요소를 사용하되 추구하는 방향을 달리해서 발달해왔다. 대부분 브랜드의 디자인 발달 단계가 그러하듯, 아우디도 기함 급에서 변화를 주도해 아랫급으로 퍼지는 전략을 따른다. 그렇지만 아랫급은 각 체급과 특성에 맞게 고유한 개성을 살리며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누가 볼 때는 아이돌 멤버가 다 비슷해서 구별이 되지 않아도, 팬이 보면 다 알고 그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멤버도 나온다. 각자 생각하는 아우디 디자인의 주인공도 다 다를 터다. 디자인은 차 전체 요소가 영향을 미치므로 얼굴만 가지고 판단해서 주인공을 가르기는 쉽지 않다. 첫인상은 얼굴이 결정한다고, 전면부 표정을 보고 고르라면 SUV는 Q2, 세단은 S7을 주인공으로 뽑겠다. Q2는 살짝 별종 같아서, A7은 응용에 응용을 더한 개성이 돋보여서다. 비슷하더라도 차이가 좀 난다면 눈에 띄기 마련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상기 이미지는 국내 판매 사양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본 차량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은 구매 시 제공되는 사용설명서와 별도 책자를 참조 하시기 바랍니다.
*구입한 차량의 실제 사양은 표시된 사양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일부 모델은 공급이 불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