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에서 탈 때 가장 재미있는 아우디 모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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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서킷 일반 차량이 질주하고 있습니다.

서킷에서 탈 때 가장 재미있는 아우디 모델은?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서킷에 세 대의 차량과 여러명의 사람들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 ‘여전히 신비한’ 아우디 e-트론, 서킷에선 어떤 재미를 줄까

"강하고 운동성능 좋은 차가 서킷에서 가장 재미있는 차라는 법은 없다"

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니셜 D>의 한 장면을 꿈꾼다. 꼬불꼬불한 산악 도로에서 가드레일과 자동차 사이에 깻잎 한 장 들어갈 여유만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드리프트로 코너를 빠져나가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실제로 운전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와인딩 도로에서 연습하는 운전자도 있다. 일반도로에서 자동차를 타고 맛보는 스릴이야 남다르겠지만, 차의 극한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안전을 고려해 서킷으로 가야 한다.

서킷은 자동차의 본성을 알 수 있는 무대다. 직선과 코너, 지형의 높낮이 변화가 적절한 조화를 이뤄 자동차의 다양한 특성을 끌어낸다. 서킷에서도 사고는 일어나지만, 안전수칙만 잘 지킨다면 일반도로에서 탈 때보다 안전하게 차의 극한에 도달할 수 있다. 운전 실력이 꼭 좋아야만 서킷을 즐길 수 있지는 않다. 초보자는 서킷에 올라갔다는 사실 만으로도 모든 상황이 재미있고, 운전의 신은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고 자랑하는 재미가 남다를 터다.

서킷에서 아우디 차량이 질주하고 있습니다.

실력과 무관하게 서킷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흥미를 느낀다는 점은 차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성능 좋은 스포츠카만이 서킷의 재미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어떤 차를 타든 차의 성능에 맞게 즐길 수 있다. 강한 차는 강한 차대로 평범한 차는 평범한 차대로 재미를 준다. 심장이 콩알만 한 경차라면 쥐어 짜내는 묘미가 남다르고, 키가 껑충한 SUV는 휘청거리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자세를 유지하는 스릴을 안겨준다. 우수한 특성에서 기술의 노하우를 체험하고, 부족한 면에서 차를 더 깊이 알아간다.

럭셔리 브랜드는 대부분 역동성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간다. 여러 분야에서 우수한 특성을 보여줘야 하니, 자동차의 기본 특성인 역동성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성능은 물론 디자인도 역동성을 강조하다 보니, 차종 앞에 ‘스포츠’라는 말이 자연스레 붙는다. 스포츠 세단, 스포츠 쿠페, 스포츠 SUV 등. 평범한 차도 서킷에 올라가면 나름대로 재미를 준다고 했으니, 역동성에 초점을 맞춘 럭셔리 브랜드 모델은 평균 이상의 재미는 보장한다.

아우디도 역동성을 강조하는 브랜드다. 콰트로 시스템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고성능을 추구한다. 안정적인 고성능은 요즘 스포츠카나 슈퍼카 분야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운전자의 실력을 자동차가 끌어올려 극한의 세계로 인도한다. 아우디가 예전부터 추구한 방향이 이제는 널리 퍼진 셈이다. 자동차의 날것 그대로인 성능과 운전자의 기술을 중시하는 부류도 있지만, 고성능차 대중화 시대에 널리 역동성을 즐기려는 관점에서 본다면 안정적인 고성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서킷에 서 있는 아우디 차량

아우디가 판매하는 차종 중에서 서킷에서 타기 재미있는 차를 고르라면,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R8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R자가 붙은 고성능 모델이 뒤를 잇고, 스포츠카 TT도 빼놓을 수 없다. 고성능 모델 중에서는 RS 4나 RS 5 등 체격이 적당해 몸놀림이 가뿐한 차가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아우디는 형태와 성능이 다양한 세부 모델 수가 꽤 많고, 고성능 비중도 상당해서 어느 차가 서킷에서 재미있을지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국내로 한정해보자. 아우디가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종은 A3, A4, A5, A6, A7, A8, Q2, Q3, Q5, Q7, Q8, e-트론이다. 고성능은 S6, S7, S8 L, SQ5, SQ8 다섯 종류다. 독일 현지 판매 모델과 비교해 가짓수가 좀 적고 RS와 R8, TT가 빠져서 아쉽지만, 국내 판매 모델만으로도 서킷에서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가속력, 제동력, 핸들링, 랩타임 등 서킷 주행 시 주요 평가 요소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각 차의 특성에 따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아우디 각 모델은 서킷에서 어떤 재미를 안길까?

A3는 아우디 국내 판매 세단형 모델 중에서는 가장 작다. 길이는 4460mm, 휠베이스는 2637mm이다. 바로 위 A4의 4760mm, 2822mm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작은지 감이 온다. A3 하면 유럽에서는 해치백이 메인이고, 해치백은 작고 가벼운 차체에 힘 좋은 엔진을 얹은 핫해치가 운전의 재미를 전한다. A3 세단이 해치백은 아니지만, 세단 중에서는 차체가 작아서 일체감은 우수하다. 차체 크기에서 오는 일체감으로 마치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서킷을 달리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우디 A4가 서 있습니다.

A4 급은 아우디뿐만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에서 역동성의 표준으로 통한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적당한 준중형급 차체에 브랜드의 특징적인 역동성을 담아왔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차체 특성에 맞게 표준이 되는 군더더기 없는 운동성능을 드러낸다. A4를 타면 아우디라는 브랜드가 서킷에서 보여주는 표준 성능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브랜드 안에서 다른 모델이 어떻게 다른지 가늠하는 기준을 알려준다.

A5는 유일하게 컨버터블 모델을 갖췄다. 예전에는 각 브랜드가 컨버터블 모델을 여러 종류 꼬박 내놨지만 요즘은 수가 많이 줄었다. 현재 국내에는 아우디 컨버터블 모델 중 A5 카브리올레만 판매 중이다. 컨버터블 하면 햇살 좋은 날 풍경을 즐기며 여유롭게 유유자적 달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서킷에서 타는 컨버터블은 일반도로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속도도 빠르고 코너에서 차체가 좌우로 움직이면서 들이치는 바람의 결이 일반도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혼란스럽다. 컨버터블의 낭만이 악몽으로 바뀔 수 있지만 그만큼 새로운 경험이 된다. 대부분 서킷에서는 제대로 된 스포츠 주행을 할 때는 톱을 열지 못하게 한다. 서킷에서 컨버터블로 체험할 수 있는 극한의 세계는 상상 속에 남는다. 궁금증 유발도 재미라면 재미다.

아우디 A8L의 옆모습

A8은 서킷에 어울리지 않는 차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롱휠베이스 버전은 A8 L은 뒷좌석 위주로 타는 차라서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지 모른다. 5310mm에 이르는 길이는 VIP를 위한 거주성을 확보에는 장점이지만 가뿐한 몸놀림을 구현하는 데는 걸림돌이다. 아우디가 약점을 가만 놔둘 리는 없다. 크고 긴 차일수록 움직임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공을 들인다. A8 L 같은 차가 서킷에서 어떻게 움직임을 제어하는지 관찰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서킷 주행을 꼭 운전석에만 하라는 법은 없다. VIP 시각으로 서킷 주행의 재미를 따져보는 일도 색다른 경험이다.

Q2는 아우디 SUV 라인업 중에서는 가장 작은 차다. 길이는 4190mm, 휠베이스는 2600mm로 국내에서 판매하는 아우디 모델 중 가장 작다. SUV로 분류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일반 SUV와 해치백의 중간 정도 되는 크로스오버다. A3와 마찬가지로 일체감을 경험할 수 있는 작은 크기와 해치백을 모는 듯한 경쾌하고 가뿐한 움직임을 즐길 수 있다.

SQ5는 국내에서는 아우디 모델 중 유일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고성능 SUV이다. 고성능을 SUV에 결합하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하게 알려준다. 더불어 디젤 고성능은 강력한 성능을 어떤 식으로 풀어가는지 보여준다. 세단형 고성능 모델과 별 차이 없는 운동성능과 안정성에 놀랄 수밖에 없다.

아우디 Q7 가 서 있습니다.

Q7과 Q8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서킷 주행에 불리한 조건은 다 갖췄다. 크고 무겁고 무게 중심 높고. 하지만 이런 차들이 예상과는 다르게 잘 달리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놀라움은 더욱더 커진다. 마음은 불안하지만 몸은 안정적인 움직임에 금세 적응해 어느 순간 불안한 마음도 사라지고 더 과격하게 몰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가볍고 작은 스포츠카와는 분명히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만, 크고 무거운 차에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는 재미를 선사한다.

e-트론은 재미있는 요소는 다 갖췄다. 일단 전기차라서 힘의 구동이 내연기관과 다르다. 초반 토크는 매우 강하고 변속기 단수도 적고 가속과 제동할 때 느낌도 다르다. 전기차인데 형태는 SUV이다. Q7과 Q8에 언급한 내용처럼 크고 무거운 차만의 재미를 보이지만, 무거운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 특성은 또 다르다. 심해에서 잡아 올린 정체불명 생명체를 탐구하듯, 완전히 새로운 차를 알아가는 재미가 자못 크다.

서킷에서는 차의 성능을 마음껏 내 볼 수 있다. 운동성능만이 아니라 차의 모든 부분을 경험할 수 있다. 아우디 판매 모델도 힘과 운동성능으로만 따진다면 순서대로 줄 세우기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차 본연의 흥미 요소를 끄집어낸다면 차마다 다른 재미를 드러낸다. 그중에서 서킷에서 타기 가장 재미있는 차를 고르라면, 현시점에서는 여전히 신비한 존재여서 알아가야 할 것이 많은 e-트론을 꼽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상기 이미지는 국내 판매 사양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본 차량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은 구매 시 제공되는 사용설명서와 별도 책자를 참조 하시기 바랍니다.
*구입한 차량의 실제 사양은 표시된 사양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일부 모델은 공급이 불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