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디 e-트론 GT라는 악기가 들려주는 미래의 소리
아우디의 e-트론 패밀리에 새로 합류한 e-트론 GT는 기존에 있던 e-트론이나 e-트론 스포트백과는 달리 독일에서 만드는 첫 전기차다. 4도어 스포츠 세단의 형태를 띤 이 차는 할 얘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압권은 디지털 사운드, 바로 e-사운드다.
인간의 오감 중 청각은 사물을 인지하는 가장 강력한 감각이다. 소리는 공간을 채울 수도 있지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힘이 될 수도 있다. 운전자는 특정 상황에서만 사운드를 의식하지만, 운전 경험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다.
아우디 e-트론 GT의 사운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발 초기엔 막연하게 바이올린, 전자기타, 디저리두처럼 샘플을 찾기 위해 온갖 도구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죠.” 아우디 사운드 엔지니어인 루돌프 할브마이어의 회상이다. 결국, 그 어떤 전기차와도 다른, 세상에 없던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영감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기회는 아주 우연하게 찾아왔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툇마루에 앉아 어떻게 하면 내연기관 엔진이나 SF영화 속 우주선의 소리와는 다른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고민했죠. 아무 진전이 없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아이가 갖고 놀던 플라스틱 파이프가 눈에 들어왔어요. 순간, 눈이 커지고 머리카락이 쭈뼛 섰습니다. 한쪽 끝에 선풍기로 바람을 불어넣어 반대쪽에서 들어봤어요.” 원하는 사운드 토대를 발견한 할브마이어와 사운드 디자인 팀은 32가지 사운드 샘플을 만들어냈다. 전기 스크루 드라이버, RC헬리콥터처럼 전형적인 소리를 내는 도구가 아니라 철저히 생활 속에 가까이 있는 도구를 활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샘플은 실제 e-트론 GT를 주행하며 가다듬어 완성했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타이어 소음이나 풍절음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여러 소음이 주행 간에는 어떻게 작용하는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음악과 달리 기승전결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속도가 변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운드 제작작업과는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일반 내연기관 엔진을 가진 아우디 차와 e-트론 GT의 사운드는 어떤 차이가 있냐고? 할브마이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순히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아니라 스포티함과 정교함 그리고 미래적인 느낌이 나도록 표현하는 게 첫 번째 고려사항이었습니다.”
아우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GT라는 성격에 맞게 정성 들여 만든 e-사운드를 더욱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사운드 패키지 옵션도 마련한 것. 기본적으로 e-트론 GT는 운전석 앞 후드와 트렁크 쪽에 외부 사운드를 위한 스피커가 한개씩 들어간다. 하지만 이 옵션을 선택할 경우 내부용 스피커 두 대가 추가돼 더욱 스포티한 e-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e-사운드는 내연기관 엔진의 가변배기 사운드처럼 드라이브 모드와 연동해 달라진다. 이피션시 모드에선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의무화된 가상엔진사운드만 들려주고 컴포트 모드에서는 후방 스피커가 최고속도로 주행할 때까지 완벽하게 속도에 걸맞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다이내믹 모드에선 두 대의 외부 스피커가 모두 작동하며 실내에도 e-사운드가 가득하도록 들려준다. e-트론 GT가 들려주는 이 ‘세상에 없던’ 사운드는 백문이 불여일청이다. 자, 꼭 한 번 들어보기 바란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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