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날렵하고 강하게, 요요현상 없는 자동차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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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공장의 흑백이미지

더 날렵하고 강하게, 요요현상 없는 자동차 다이어트

기술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아우디 R8은 ASF를 적용한 대표 모델이다

▶ 아우디가 촉발한 자동차 소재 혁신

철에서 알루미늄, 알루미늄에서 다중소재로. 자동차 소재의 전환기에는 늘 아우디가 있었다. 살은 찌기는 쉬워도 빼기는 어렵다.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은 널렸어도 성공한 이는 주변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성공한 사람도 요요현상 때문에 대부분 다시 찐다. 간혹 몸무게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사람이 있는데 배우들이 그렇다. 배역에 맞게 체중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몸무게 하면 꼭 입에 오르내리는 배우가 크리스찬 베일이다. 베일의 키는 183cm이고 평상시 몸무게는 80kg 정도다. 2004년 <머시니스트> 출연 때는 55kg까지 줄였고 2013년 <아메리칸 허슬> 때는 100kg까지 불렸다. 올해 개봉한 <바이스>에도 100kg대 몸무게로 등장했다. 베일은 몸무게 조절 리스트가 돌 정도로 찌고 빼기를 반복했다. 배우들의 몸무게 조절이 출연료 입금의 힘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급격한 체중 조절은 몸에 무리가 간다. 그래도 어떻게든 빼봤으면 하는 게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들의 공통된 바람 아닌가 싶다.

A8 신형은 알루미늄 단일 소재에서 다중소재로 전환했다

◆ 경량화, 선택 아닌 필수

자동차도 몸무게를 고민해야 하는 존재다. 가벼울수록 좋지만 다이어트는 힘들고 찌기는 쉽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기능을 넣거나, 공간 확보를 위해 크기를 키우다 보면 무게도 자연스레 늘어난다. 미래 친환경차인 전기차는 배터리 때문에 차 무게가 상당히 나간다. 살이 찐 만큼 다른 곳에서 빼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방법은 있다. 사람도 다이어트를 하면 식사량을 줄이거나 식단을 바꾸거나 꾸준하게 운동을 해야 한다.

자동차도 줄일 수 있는 부분에서 다 빼는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예로 스포츠카 중에는 오디오도 떼어내고 에어컨도 달지 않는다. 심지어 매트도 없다. 일반 자동차가 이렇게 했다가는 외면받기 십상이다. 기본 편의성은 유지해야 하기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량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벼운 소재 사용이다. 철은 자동차 무게의 70%를 차지하는데 소재 자체가 무겁다. 철 대신 가벼운 소재를 쓰면 되는데 문제는 기술과 비용이다. 무게 줄인다고 자동차 가격이 확 뛰어 버리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적정 가격을 유지하면서 무게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보자. 왜 무게를 줄여야 할까? 무게가 가벼우면 움직임이 가뿐하다. 가속성이 좋아지고 제동거리는 줄어들고 조향 성능도 향상된다. 힘을 적게 들여도 힘차게 움직일 수 있다. 무게가 가벼우니 기름도 적게 먹고 오염물질 배출도 줄어든다. 내구 수명이 길어지는 효과도 얻는다. 덜어낸 무게만큼 다른 것을 넣을 수 있으니, 경쟁차와 무게가 같더라도 내용은 더 알차다. 경량화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니 필수로 해야 한다.

199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선보인 ASF 콘셉트

◆ 철에서 알루미늄으로

경량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아우디다. 1982년부터 알루미늄을 이용한 차체 개발을 시작했고, 1993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알루미늄 차체인 ASF(Audi Space Frame) 콘셉트를 선보였다. 1994년에는 ASF를 양산차에 도입한 1세대 A8을 내놓았다. 세계 최초로 만든 알루미늄 차체 양산차였다. 차체 무게는 249kg에 불과했다. 가격이 비싸고 고도의 접합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알루미늄 차체는 양산이 쉽지 않았다. ASF는 아우디의 주요 기술로 자리 잡았고, A8은 알루미늄 차체 자동차를 대표하는 모델로 통한다.

1세대 A8의 무게는 가장 가벼운 모델이 1500kg대였다. 6.0 W12 엔진을 얹고 네 바퀴를 굴리는 롱휠베이스 모델도 무게가 2t을 넘지 않았다. 대형 세단은 크기와 장비 때문에 무거울 수밖에 없는데 A8은 경량화로 단점을 극복하며 경쟁차와 차별화했다. 2002년에 나온 2세대도 ASF를 이어갔다. 전체 무게는 1600~1900kg대로 1세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차체 무게는 220kg으로 이전보다 줄었고 강성은 60%나 높였다. 차체 무게만으로 따지면 철로 만들 때보다 40%나 가벼웠다. 알루미늄은 가격이 비싸고 공정이 까다로워서 초기에는 기함인 A8에만 쓰였고, 이후에도 S8과 R8 등 최상위 라인업에만 도입했다. 최상급 모델이 아니면서 ASF를 쓰는 차종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A2다. 1999년 선보인 A2는 길이가 3.8m 조금 넘는 소형 해치백이다. 무게는 가장 가벼운 모델이 825kg에 불과했다.

R8도 ASF를 적용한 대표 모델이다

◆ 알루미늄에서 다중소재로

2006년 선보인 TT는 멀티머티리얼(다중소재) ASF의 시작을 알렸다. 주요 부분을 알루미늄으로 사용하고 일부분에 철을 쓰는 방식으로 이전 세대 모델과 비교해 무게를 최대 90kg 줄였다. 2007년 선보인 R8은 알루미늄에 마그네슘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더한 더욱 진보한 ASF를 밑바탕에 깔고 나왔다. 2015년 선보인 2세대 Q7은 2세대 MLB-에보 플랫폼을 처음으로 사용한 모델인데, 다중소재 ASF 덕분에 이전 세대보다 무게를 최대 325kg이나 줄였다. 3세대까지 ASF를 유지한 A8은 4세대 들어 다중소재 ASF로 전환했다. 알루미늄 외에도 마그네슘, 탄소섬유, 고강도 스틸 등을 사용한다. 소재 구성은 이전 세대는 알루미늄 92%, 스틸 8%였는데 4세대는 알루미늄 58%, 스틸 40.5%, 마그네슘 등 기타 1.5% 비율로 바뀌었다.

알루미늄을 분신처럼 내세우던 아우디의 변화가 의아할 법도 한데, 다중소재는 자동차 소재의 미래 방향이다. 철강과 비철금속, 금속과 고분자 조합 등 물성이 다른 소재를 결합해 단일 소재에서 확보하기 힘든 특성을 얻어낸다. CFRP는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강철보다 강하고 티타늄보다 탄성이 높다. 마그네슘은 실용 금속 중 무게가 가장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다. 전통 소재인 강철도 고장력 또는 초고장력 강판으로 강도를 높이고 무게를 줄인다. 이들을 조합해 최적 성능을 얻어낸다.

신형 A8은 마그네슘과 CFRP 등 첨단소재 사용을 늘렸다

아우디의 슬로건은 ‘최적 소재 최적 위치’다. 신형 A8은 안팎으로 무려 29개 소재를 사용한다. 새로운 스페이스 프레임은 소재 사용 최적화 원칙에 맞춰 캐빈은 초고장력 강판,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는 CFRP, 엔진룸 스트럿 브레이스는 마그네슘 등 각 부분에 맞는 최적 소재를 배치했다. 비틀림 강성은 이전 세대보다 25% 높아졌다.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는 만큼 14가지에 이르는 체결 방식을 활용해 특성 장점을 극대화했다.

신소재는 계속해서 나오지만 실용화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발견한 지 20~3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산업화 단계에 도달한 소재도 여러 개다. 자동차 분야에도 새롭게 도입할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아우디는 1994년 ASF를 내놓은 이래로 경량화 설계 센터를 운영해 160여 명 인력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ASF와 다중소재에 이어 새로운 전환점을 이룰 소재의 등장도 기대할 만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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