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가 e-트론을 통해 펼쳐 보인 능수능란한 솜씨
  • stage_exterior_front.jpg
아우디 차량의 앞면 모습입니다

[시승기] 아우디가 e-트론을 통해 펼쳐 보인 능수능란한 솜씨

제품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다이내믹 턴 시그널

▶ 프리미엄 전기차의 방향성을 제시하다, 아우디 e-트론

익숙하다. 누가 봐도 아우디 자동차라고 이해한다. 이런 익숙함. 아우디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 아우디 e-트론의 첫인상이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가 내놓은 전기차의 기조. 누가 봐도 브랜드를 알게 한다. 게다가 중형 이상급 SUV 형태를 택했다. 럭셔리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탐하는 까닭이다. 전략이다. 새로운 전기차라는 존재를 다분히 익숙한 형태로 제시하기. 첫 수부터 눈을 현혹하기보다 쓰임새를 고려했다. 아우디 e-트론도 거기서 출발했다.

그러면서 새롭다. 경쟁 모델보다 조금 다른 장식. 버츄얼 사이드 미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래의 어느 지점을 경험하는 기분. 그동안 콘셉트카에서 종종 보던 장치라서 더 효과적이다. 그때 본 그 장치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설렘. 그동안 몇몇 자동차에서 개념적으로 도입하긴 했다. 사각지대를 보여준다든가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버츄얼 사이드 미러는 개념을 온전히 현실로 적용했다. 거울 대신 카메라를, 거울에 비친 상 대신 디스플레이로 시야를 확보한다. 시각적, 심적 효과가 출중하다. 아우디가 버츄얼 콕핏으로 디지털 계기반을 도입했을 때처럼.

아우디 외관

태가 익숙하다고 세부까지 동일하지 않다. 외관에서 일단 차이가 있다. 그냥 차이가 아닌, 더 세련된 요소가 눈길을 끈다. 다음 세대를 이을 전기차니까. 아우디 e-트론은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Q 시리즈에서 쓰던 팔각형 싱글프레임 그릴을 품었지만, 조금 다르다. Q7보다 그릴이 두껍고, Q8보다 날렵하다. 위아래 선 굵기를 다르게 해 변화를 꾀했다. 아래로 갈수록 굵어져 안정적이면서 입체적이다. 그릴 가운데만 열고 위아래를 막아 전기차 다운 전면 인상도 연출한다. 보다 매끈하게, 그러면서 다채롭게. 헤드램프 역시 비슷하면서 다르다. 주간주행등에 수평바 네 개를 쌓았다. 가로선을 점선으로 표현한 다른 모델과는 다르다. 이런 수평바는 차체 전체에 수많은 수평선으로 확장한다. 아우디 전기차만의 새로운 장식이다.

아우디 e-트론의 수평바는 디자인 단계에서 키 디자인으로 적용한 요소다. 전기차라는 새로운 자동차를 드러내는 특징이랄까. 수평바는 이퀄라이저 막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전기차의 특성은 소리가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자동차이기에 역동성을 드러내야 한다. 이 둘의 연결고리로 이퀄라이저를 차용해 디자인 요소로 삼았다. 이퀄라이저는 소리의 역동성을 형상으로 표현한다. 오르내리는 막대가 소리의 강약을 드러내니까. 의도를 모르더라도 느낌은 전해진다. 차체 곳곳에 새겨진 수평바 그래픽이 매끄러운 차체에 장식으로 기능한다. 이런 요소들이 쌓여 아우디 e-트론만의 스타일을 형성한다. 비슷하지만 다르게.

RS 7 싱글 프레임 그릴

아우디 e-트론의 진가는 운전할 때 드러난다. 외관도, 실내도 아우디 e-트론을 알게 하는 도입부였다. 전기차니까 기존 내연기관 아우디를 운전할 때와 다를 거라 예상했다. 그 예상은 초반에만 맞았다. 전기 모터가 돌아가는 순간은 확실히 기존 아우디와 다르니까. 하지만 이내 전기 모터의 감각은 익숙해졌다. 점점 기존 내연기관을 타던 감각이 돌아왔다. 잘 단련된 하체와 이질적이지 않는 핸들링의 조합 덕분이다. 거기에 지극히 조용한 실내까지 더해졌다. 그러자 기존 내연기관보다 더 수준 높은 일체감을 뽐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민첩하고 매끄럽게 길을 나아갔다. 만듦새 좋은 실내에서 느끼는 일체감은, 운전을 즐겁게 했다.

이런 반응이 공통적으로 나오는 경우는 한 가지다. 고급 자동차를 탈 때. 전기차를 타고 있다는 인식은 어느새 희미해졌다. 그냥 고급 자동차를 운전하는 감각이 차올랐다. 이런 감각을 자아내는 데 ‘브레이크-바이-와이어’가 일조했다. 아우디가 e-트론에 최초로 적용한 기술이다. 전기 모터 회생제동과 브레이크를 연결했다. 이를 통해 많은 걸 얻었다.

아우디 e-트론은 평상 시 브레이크 밟듯이 밟으면 절로 회생제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회생제동은 전기차의 특징이다. 주행하며 주행거리를 늘리는 기특한 기능이다. 하지만 이질적인 감각이 단점이다. 이질적이지만 신선해서 다들 그냥 전기차의 특성으로 이해한다. 아우디는 굳이 이해하지 말라고 한다. 그냥 예전 그대로 운전하라고 한다. 브레이크-바이-와이어를 통해 기술로서 그 간극을 좁혔다. 덕분에 전기차를 타지만 기존 감각을 고수한다.

아우디 헤드램프

브레이크-바이-와이어는 익숙함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전처럼 제동하지만) 브레이크를 덜 쓰는 만큼 내구성과 안전성을 획득했다. 아우디 e-트론을 타면 내리막 고갯길에서 브레이크 과열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만 회생제동으로 속도를 줄이니까. 더불어 회생제동으로 얻는 효율 또한 챙겼다. 단점을 줄이고 장점은 극대화했다. 어쩌면 전기차로서 아우디 e-트론의 가장 신선한 점일지 모른다. 이런 기술이야말로 전기차 시대에서 프리미엄 브랜드가 해나가야 할 지점이다. 전기차를 부드럽게 안착시키도록.

아우디 외관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율. 아니, 새로움을 익숙함에 녹여내는 실력. 그러는 와중에 형성되는 신선함. 발상을 전환해 자기 가치를 빛낸다. 아우디가 e-트론을 통해 펼쳐 보인 솜씨다. 능수능란하다. 오래 자동차 만들어온 실력답게 지속되는 가치를 부드럽게 이어나간다. 강렬한 한 방보다는 오랫동안 중요하게 여겨온 요소를 매끄럽게 전기차로 전환한다.

대중 전기차라면 상황이 다를 수 있다. 효율에 전념해야 하니까. 하지만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은 다른 얘기다. 전기 모터는 구동 방식 차이일 뿐이다. 결국 고급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각은 엄연히 존재한다. 아우디는 아우디 e-트론을 통해 그 상황을 환기했다. 아우디 e-트론은 아우디 전기차 라인업의 첫 차다. 방향성이 드러난다. 새로움을 품은 익숙함.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프리미엄 전기차를 대하는 아우디의 자세다. 아우디 e-트론의 장점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반응이 좋은 이유가 있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상기 이미지는 국내 판매 사양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본 차량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은 구매 시 제공되는 사용설명서와 별도 책자를 참조 하시기 바랍니다.
*구입한 차량의 실제 사양은 표시된 사양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일부 모델은 공급이 불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