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전기차 대첩, 벤츠 EQC를 압도한 아우디 e-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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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이트론

럭셔리 전기차 대첩, 벤츠 EQC를 압도한 아우디 e-트론

제품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아우디 이트론

▶ e-트론, 유럽 1억짜리 고가 전기차 시장 석권한 비결

1억 전후의 고가 전기 SUV 경쟁이 치열하다. 럭셔리 전기차 시장은 그동안 테슬라 모델 S와 모델 X가 지배하다시피 했다.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을 위해 몸을 제대로 풀기도 전에 테슬라는 발 빠르게 자신들만의 시장을 만들어갔고,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이어가며 본진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승승장구했다.

테슬라가 고급 전기차 시장을 휘젓고 다니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던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더 늦기 전 속속 뛰어들었다. 2018년 재규어가 영리하게 콘셉을 잡은 전기 크로스오버 모델 I-페이스를 시장에 내놓으며 모델 X와의 첫 경쟁에 들어갔다. 재규어 I-페이스는 유럽 시장에서 모델 X를 따돌리며 모처럼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는 듯 보였다. 그러나 강력한 후발 주자들에 의해 추격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독일에서 아우디 e-트론과 메르세데스-벤츠 EQC가 2018년 첫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우디 e-트론

◆ 두 독일산 전기 SUV를 보는 시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독일산 라이벌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온도 차가 느껴졌다. 먼저 공개된 벤츠 EQC는 생각보다 많은 비판에 시달렸다. 엔진이 없는 자동차이니만큼 형식에서 좀 더 자유롭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기대했지만 기존 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 모습에 아쉬움을 표했다. 며칠 후 공개된 아우디 e-트론 역시 큰 파격을 기대할 만큼은 아니었다. 그래도 EQC 때와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경쟁자와 달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통해 내놓았다는 점, 그리고 사이드미러 대신 그 자리에 카메라를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는 점 등으로 아우디에 조금 더 점수를 주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독일 자동차 전문지 온라인 설문에서 모델 X와 재규어 I-페이스 등, 쟁쟁한 경쟁 상대들 속에서 e-트론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자국 브랜드가 내놓은 전기차의 손을 들어주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

아우디 이트론

그런데 판매에 들어가자 e-트론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에 선전을 거듭했다. 독일에서 2019년 2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e-트론은 12월까지 모두 3,578대가 판매됐다. 월평균 300대 이상씩 팔려나간 셈이다. 반면 EQC는 4월부터 12월까지 모두 합쳐 548대가 팔렸다. 월 60대 수준으로,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였다. 이 분위기는 2020년 1분기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 2020년 1분기 e-트론과 EQC 독일 판매량 (자료=독일자동차청)
아우디 e-트론 : 1,884대
메르세데스-벤츠 EQC : 277대

e-트론의 2020년 1분기 판매량은 e-골프(4,119대), 르노 조에(4,095대), 테슬라 모델 3(2,901대) 다음으로 많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독일에서만 유독 e-트론이 선전한 걸까? 그렇지 않다. 유럽 시장 전체를 놓고 봐도 e-트론은 잘 팔린 전기차였다.

아우디 실내디자인

▪ 2019년 EU 순수 전기차 판매량 (자료=카세일즈베이스닷컴)

1위 : 테슬라 모델 3 (95,168대)
2위 : 르노 조에 (45,129대)
3위 : 닛산 리프 (31,792대)
4위 : 폭스바겐 e-골프 (28,710대)
5위 : BMW i3 (23,882대)
6위 : 현대 코나 EV (21,790대)
7위 : 아우디 e-트론 (18,382대)
8위 : 재규어 I-페이스 (12,232대)
9위 : 스마트 포투 ED (11,815대)

테슬라 모델 X (7,861대)
메르세데스 EQC (1,413대)

결과에서 보듯 아우디 e-트론은 1억짜리 고가 전기차 중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다. 출시 첫해에 라이벌들을 모두 따돌린 것이다. 참고로 테슬라 모델 X는 같은 기간 7,861대가 팔려 13위를 차지했으며 출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더 고전한 EQC는 한참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e-트론은 지난해 미국에서도 전기차 전체 판매 순위 6위(5,369대)에 이름을 올렸다.

테슬라와 쉐보레 등 미국 브랜드가 1위부터 4위까지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e-트론이 이렇게 순위를 끌어올린 것은 유럽에서의 선전 그 이상의 의미로 볼 수 있다. 반면 EQC는 북미 시장 론칭을 1년 연기하는 등,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전문 매체들이 전하는 소식에 따르면 EQC의 미국 진출은 2021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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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트론의 장점과 개선할 부분

현재 아우디는 e-트론 50과 e-트론 55 이렇게 두 가지를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다시 쿠페형 모델 e-트론 스포츠백까지 추가돼 총 4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한국에는 이 중 95kWh 용량의 배터리가 장착된 e-트론 55와 e-트론 55 스포츠백 두 가지가 수입될 가능성이 높다. 두 모델 모두 전장이 4.9m가 넘는다. 이는 테슬라 모델 X (전장 5,052mm)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형급(D세그먼트)이라 할 수 있는 재규어 I-페이스(4,682mm)나 메르세데스-벤츠 EQC(4,762mm)보다 길고, 그 덕에 트렁크 용량 역시 테슬라 X와 같은 660L로 가장 크다. 실용성 측면에서도 모델 X를 제외하고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가격 역시 준대형급 모델에 고용량 배터리가 장착돼 있음에도 e-트론 55 기준 80,900유로로, 재규어 I-페이스나 메르세데스-벤츠 EQC 등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 독일 기준 기본 판매가 비교

아우디 e-트론 55 : 80,900유로
재규어 I-페이스 : 79,450유로
메르세데스 EQC : 71,281유로
테슬라 모델 X : 92,700유로

이트론

또한 e-트론은 주행 성능과 안락함, 그리고 첨단 장치 등도 독일과 영국 등지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우디 특유의 품질 완성도는 e-트론에서도 역시 만족할 수 있다는 게 여러 전문지의 공통된 평가이기도 하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역시 완충 후 주행 가능 거리 부분이다. 아우디 독일 홈페이지에는 e-트론 55의 경우 WLTP 기준 최대 436km를 갈 수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렇다면 실주행 시에는 어떨까?

독일의 전기차 관련 매체인 efahrer.com의 ‘주행 범위 계산기’를 이용해 대략적인 완충 후 실제 도로에서 얼마나 갈 수 있는지, 그 주행 가능한 거리를 비교해봤다. 결과는 일반 주행, 섭씨 20도 기온, 그리고 최고속도 100km/h라는 3가지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 주행 가능 거리 비교
아우디 e-트론 55 / 배터리 용량 95kWh : 363km (제조사 기준 433km)
재규어 I-페이스 / 배터리 용량 90kWh : 403km (제조사 기준 480km)
메르세데스 EQC / 배터리 용량 80kWh: 345km (제조사 기준 411km)
테슬라 모델 X 사륜 / 배터리 용량 75kWh : 424km (제조사 기준 507km)

배터리 용량을 보면 e-트론이 가장 컸으나 기대만큼 주행 가능 거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만약 배터리 효율성을 높여 주행 거리를 더 늘릴 수 있다면 e-트론은 물론 이후에 나올 아우디 전기차들의 경쟁력은 더 향상될 것이다. 지금까지 아우디 e-트론은 유럽에서 고가의 전기 SUV 판매 경쟁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앞으로 나가고 있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라이벌들과의 전기차 경쟁은 이제 1라운드를 지났을 뿐이다. 앞으로 또 어떤 강력한 경쟁자들이 등장해 시장에서 아우디를 압박할지 모른다. 2라운드의 공이 울리면 더 치열하게 경쟁해주길 바란다. 소비자에겐 흥미로운 관전이 될 게 분명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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