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자’ 아우디 A2, 시대를 앞서간 슬픈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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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차량의 옆면 모습입니다

‘시간여행자’ 아우디 A2, 시대를 앞서간 슬픈 명작

제품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주행 중인 아우디 A2 1.2 TDI,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 아우디 A2, 차라리 요즘 같은 때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아우디의 가장 작은 차는 A1이다. C세그먼트 준중형 A3가 그 뒤를 이으며, 그렇게 플래그십 A8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빈틈없어야 할 이 세단 라인업에 하나 빠진 게 보인다. 바로 A2다. 약 15년 전 단종된 이 작은 차를 혹자는 컬트카(소수가 열광하는 독특한 차라는 의미)로 부르기도 하고 어떤 이는 명작, 또는 망작, 혹은 괴작이라고도 부른다. 무슨 이유로 아우디 A2는 이런 얘기를 듣는 걸까?

아우디 A2

◆“다임러 소형과 붙어 봅시다!”

1990년대 들어서며 소형차 시장을 공략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다임러는 1997년 가을, 전장 3.6m가 조금 안 되는 해치백 타입의 밴 하나를 세상에 내놓는다. 제조명 168, 흔히 A-클래스로 불리는 모델이 그 주인공이다. 출시 초기 위기도 있었지만 이 작은 차는 보기와 달리 첨단 안전장치들로 무장했고, 시장에서 순항했다.

그때쯤이었다. 1999년, 아우디는 밀레니엄을 두 달 남기고 A-클래스와 경쟁할 수 있는 소형차를 내놓는다. A2가 등장한 것이다. 이 차는 스타일부터 화제였다. 공기 역학에 치중하다 디자인이 평범해져선 안 된다는 최고경영자의 주문에 따라 젊은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현재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그가 맞다.)는 A2를 자기 색깔이 분명한 차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차가 화제가 된 것은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우디 A2 실내

◆ 아낌없이 사용한 알루미늄과 놀라운 연비

A2가 유명세를 탄 것은 이 차의 틀과 차체, 그 외에도 엔진 블록, 현가장치 등, 여러 곳에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쉽게 사용하기 어려운 알루미늄을 마음껏(?) 쓴 최초의 대량 생산 자동차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 덕에 이 차는 가장 작은 엔진이 들어간 모델의 경우 공차 중량은 895kg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경쟁 모델 A-클래스의 최소 무게 1,095kg보다 200kg 덜 나가는 것이었다.

여기에 아우디가 자랑하는 TDI 엔진을 집어넣었다. 초기에는 1.4리터 가솔린과 디젤(TDI)만 있었지만 이후 1.6리터 가솔린 엔진과 화제의 1.2 TDI 엔진이 추가됐다. 1.2 TDI 엔진은 아우디 시절부터 폭스바겐 때까지 경영을 맡았던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바란 3리터카(3리터 이하로 100km의 거리를 달리는 것으로 리터당 33.4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음을 의미) 꿈을 이뤄준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저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시승회에서 리터당 42km 이상의 연비가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가벼운 타이어, 가벼운 차체, 성능 좋은 디젤 엔진의 조합에 달릴 때 발생하는 공기의 저항(Cd)값을 0.25까지 줄인 것 등이 합쳐져 나온 놀라운 수치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알루미늄 차체에 대한 레이저 용접이 이뤄졌다. 당시 기준으로 이런 차급에서 흔한 일은 아니었다. 강판 두 장을 결합해 강성을 키우는 방법으로 리벳(일종의 금속핀)을 완전 자동화된 플랫폼에서 1,800개까지 적용하기도 했다.

아우디 A2

◆ 잔고장도 상대적으로 적어 여러 상 받을 만큼 인정받았던 A2

이 차는 단단히 준비됐다. 네카줄룸 공장에서 1년 10개월의 기간 동안 A2 생산을 위한 라인이 만들어졌으며, 무엇보다 알루미늄을 사용해 차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설비 생산은 일종의 도전 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시설을 갖췄고, 디자인상과 기술, 경제 혁신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A2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더 반가운, 잔고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도 있었다. 독일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ADAC)의 고장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 2003년부터 4년 연속 소형차 부분에서 가장 고장률이 적은 차이기도 했다. 이쯤 되면 A2는 대박의 꿈을 꿔도 하나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아우디 A2 뒷모습

◆ 시장 상황과 어울리지 않았던 가격...요즘 나왔더라면?

비싼 알루미늄을 이용하기 위해 설비와 소재 모두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A2였지만 아낌없이 쏟아부은 까닭에 경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 A-클래스에 비해 판매가는 수백만 원 더 비쌌다. 아무리 고급 브랜드 모델이라고 해도 A-클래스나 A2는 독일 등에서는 연금생활자, 그러니까 현역에서 은퇴한 장년층이 많이 소비하는 자동차였다. 따라서 이런 고객층에게 A2의 가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유럽 외 북미 등에서 판매하기 애매했던 것이 연비 효율성으로 승부를 봐야 했던 A2는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 모델의 경우 효율을 위해 수동 변속기만 적용했다. 또한 1.4 가솔린 다음으로 판매량이 많았던 1.4 TDI나 3리터카 1.2 TDI의 경우 디젤에 전혀 관심 없는 북미 시장에서 주목 받기 어려웠다. 결국 경쟁자가 100만 대의 판매고를 올릴 때 A2는 2005년 단종 될 때까지 총 17만 6,377대만 판매되었다.

그런데 현재 A2는 독일의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주요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는 늘 400대 이상의 중고 A2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누적 주행거리도 10만km 미만부터 30만km 이상까지 다양하다. 3~4,000유로 수준으로 가격도 큰 부담이 아니어서 거래도 비교적 활발하다. 독일에서는 단종되기 전보다 요즘 이 차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아우디 AI : ME 콘셉트

◆ 언젠가는 다시 쓰일 이름 A2

당시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과감한 시도로 이전에 없던 차를 내놓았다는 점만큼은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특히 A2는 연비효율 중요하게 여기고, 이산화탄소 배출(당시 A2 1.2 TDI CO2 배출량은 79g/km)에 민감한 요즘 같은 때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만든다.

2011년 아우디는 A2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엔진이 아닌, 배터리와 모터를 품은 전기차로 나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를 하게 할 만큼 예쁘게 A2를 되살려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숙성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었는지 양산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상하이오토쇼, 그리고 올해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제품박람회(CES) 등에 출품된 콘셉트카 AI : ME로 인해 A2는 다시 강제 소환됐다.

닮았다는 게 이유였지만 이 모델은 양산 가능성을 논하기 어려운 쇼카다. 그렇다면 A2는 아우디 세단 라인업에 영원히 이름을 못 올리게 되는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A2가 보여준 혁신은 아우디의 구호 ‘기술을 통한 진보’와 무척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기술을 통해 성장한다는 기업의 철학을 실현하는 데 A2만 한 차도 없음을 아우디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비어있는 A2의 자리는 새로운 A2로 채워질 것이다. 그것이 자율주행에 능한 전기차이든 엔진을 품고 있는 것이든.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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