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m 차체를 민첩하게, 571마력을 흩뿌리는 쾌감, 아우디 S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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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S8L이 서 있습니다.

5.3m 차체를 민첩하게, 571마력을 흩뿌리는 쾌감, 아우디 S8L

제품 이야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아우디 S8L이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 이런 사람만이 슈퍼 세단 아우디 S8L을 소유할 수 있다

이질적인 조합이 있다. 대형 세단과 스포츠카. 둘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안락함과 짜릿함은 결이 다른 감각이니까. 일단 그렇다. 하지만 고정된 통념은 깨지게 마련이다. 한 세기 넘게 이어오며 자동차 산업은 다양한 시도를 감행했다. 라인업을 확장하고 모델과 모델 사이 틈새를 매웠다. 새로운 모델은 새로운 소비층을 발굴하고 몸집을 키웠다. 그 사이에 이질적인 조합이 의외로 신선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렇게 또 사람들을 자극했다. 산업이 증폭한 만큼 사람들의 욕구 또한 다양해졌으니까. 특별한 모델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아우디 S8L은 그런 시도가 낳은 모델이다. 아우디의 기함인 A8, 게다가 롱 휠베이스 모델에 고성능을 더했다. 5.3미터가 넘는 차체에 고성능이 어울릴까. 그런 이해득실을 따지는 시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오히려 압도적인 크기에 어울리는 폭발적인 출력까지 품고 싶은 마음 또한 어쩔 수 없다. 크고 센 무언가를 갖고 싶은 욕망은 어릴 때부터 늘 있었으니까.

아우디 S8L 위에서 본 모습

물론 아우디의 고성능 라인업에는 RS가 있긴 하다. 극단적인 스포츠성을 추구한다. A8L의 크기를 고려하면 무리한 조합이라고 판단했을까. 아직 라인업에 없다. 앞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RS Q8이라는 괴물 SUV가 출현할 걸 보면 상상할 수 있다. 미래 일은 그때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지금 아우디 세단 중 제일 강력한 녀석은 S8L이다. 아우디 세단 라인업의 끝. 언제나 정점에 선 무언가를 바라볼 땐 경외감이 생긴다. 아우디 S8L 앞에서도 그랬다.

아우디가 S의 외관을 빚는 방식은 독특하다. 과시하지 않고 은근히 차이를 둔다. 아는 사람만 안다. 뚜렷하게 도드라지는 차이가 아니라서 아쉬울까. 오히려 은근슬쩍 강조해서 차이를 더 또렷하게 한다. 빈틈없는 선과 면을 조합한 아우디 디자인과도 어울린다. 이리저리 덧붙이고 과격하게 파면 조형미를 해친다. 다른 브랜드라면 몰라도 아우디는 티가 난다.

기존 모델의 감흥을 유지하며 특별한 모델처럼 보이는 최소한의 변화. 아우디 S8L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검은색 몰딩으로 차체를 누르고, 더 차분해진 바탕에 S배지를 붙였다. 무광 은색 사이드미러는 화룡점정. 차체는 더욱 묵직하게, 드러낼 장식은 더욱 선명하게. 아우디 S모델의 특징은 쭉 뻗은 S8L의 차체에도 제 역할을 다하며 은연중에 시선을 훔친다.

아우디 S8L 실내

실내도 비슷한 방식으로 S다운 차이를 드러낸다. 기어노브에 카본을 씌운다든가, A필러 안쪽에 알칸타라를 덧댄다든가. 질감 차이가 실내 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하는지 아우디는 잘 안다는 듯이 솜씨를 부렸다. 물론 A8L을 기반으로 한 만큼 기본 바탕이 수준급이다. 실내 편의장치 또한 충실하다. 특히 롱 휠베이스 모델답게 뒷좌석이 호화롭다. 2열 승객을 위해 ‘리어 시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인 태블릿을 준비했다. 뒷좌석 암레스트에는 스마트폰처럼 생긴 컨트롤러도 있다. 2열에 앉아 마시지 등 다양한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눈에 확연히 드러나진 않아도 공간의 질을 높이는 장치도 잊지 않았다. ‘프리미엄 에어 패키지’가 실내 공기를 개선하고, 스피커 23개를 자랑하는 ‘뱅앤올룹슨 어드밴스드 사운드 시스템’의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이런 요소들은 고성능 모델이기 전에 기함으로서 가치를 증명한다. 그 지점에서부터 S8L이 특별해진다. 이런 풍성함이 고출력과 맞물리면 한층 화학작용을 일으키니까.

안팎에서 쌓인 감흥은 가속페달을 밟으면 증폭한다. 대형 세단의 안락함을 유지한 채로 으르렁거리는 흉포함을 쉽게 빼어 쓸 수 있으니까. 시동을 켜자마자 4.0리터 V8 트윈 터보 엔진이 마음껏 밟아보라며 으르렁거린다. 어느 정도 조율한 소리지만 넉넉한 실내에 울리면서 더욱 진해진다. 그렇다고 마른침 삼키며 긴장할 만큼 뾰족하진 않다. 기분을 고조하는 북소리처럼 웅장하다. 두툼한 가죽이 느껴지는 시트에 앉아서 듣기에 더욱 여유로운지도 모른다. 시트 볼스터가 몸을 지지하지만, 역시 딱딱하게 긴장하게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지지해주지만 옥죄지는 않는 정도. 대형 세단의 품은 간직한 채 고성능 표식을 음미할 수 있다.

아우디 S8L이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가속페달에 힘주기 시작하면 S8L은 좀 전까지 인식한 크기를 잊게 한다. 5.3m가 넘는 차체에서 느껴지는 민첩함은 낯설 정도로 신선하다. 굽잇길에서 S8L이 그려나가는 선은 예상보다 유려하다. 이런 몸놀림은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81.58kg·m의 위력만은 아니다. 사륜구동인 콰트로, 리어 휠 스티어링, 에어 서스펜션 등 다양한 기술의 총합이다. 물론 각 장치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굳이 알 필요는 없다. 깔끔하게 돌아나가는 S8L의 움직임이 증명한다. 운전자는 차량의 역량을 믿고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그만이다. 약간 감탄하면서.

물론 S8L의 거동이 스포츠카의 몸놀림 같진 않다. 노면에 바짝 엎드려 예리하게 움직이진 않는다. 대형 세단의 물리적 특성을 아예 지울 수 없다. 오히려 무게가 느껴지기에, 스포츠카의 거동이 아니기에 더 신선하다. 5.3m 넘는 차체를 매끈하게 움직이며 고출력을 흩뿌리는 즐거움이 있다. 때로 편안하게, 때로 과격하게. 직선 도로에서든, 굽잇길에서든. 그러다가 흥분을 가라앉히면 바로 대형 세단을 타는 안락함이 실내에 스며든다. 태세 전환이 빠르다.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의 깨끗한 소리가 좀 전까지 들끓던 기분을 어루만지며 여유를 만끽하게 한다. 그럴 때면 시선 닿는 구석구석 고급 세단의 질감도 도드라진다. 극과 극의 가치를 한 차체에 담았달까. 고성능 세단의 특징이지만, 대형이라 감흥은 더 폭넓다.

아우디 S8L 옆모습입니다.

S8L은 쉽게 선택할 모델은 아니다. 고성능과 대형 세단의 조합은 낯선 게 사실이니까. 값비싼 두 요소를 더했기에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일반적인 계산법을 적용하기 힘들다. 게다가 아우디는 S모델만의 요소를 과시하지도 않는다. 고가 모델일수록 드러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다. 그 또한 고가 상품의 매력일 수 있다. 반면 아우디 S8L은 뽐내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 점이 매력일 수 있다. 드러내지 않아도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은근한 차이를 아는 사람이 있다. 특별한 조합에 끌리는 사람 또한 있다. 그런 사람만이 아우디 S8L을 소유할 수 있다. 희소성은 덤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상기 이미지는 국내 판매 사양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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